▶ ‘인터처블’(The Intouchables) ★★★★
휠체어를 탄 필립과 드리스가 눈밭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목 아래를 못 쓰는 프랑스의 거부 귀족과 그를 돌보는 교도소에서 막 출감한 빈민가 출신의 흑인 간의 있음직하지 않은 관계의 개화와 우정을 그린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프랑스 코미디로 얼마 전 프랑스에서 개봉돼 빅히트를 했다.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위트와 유머가 풍부한 영화로 인정과 인간성이 가득한데 볼 만한 것은 프랑스의 베테런 배우 프랑솨 클뤼제와 젊고 활기찬 오마 시의 콤비. 둘이 마치 아이들처럼 웃고 즐기고 다투고 또 서로를 배려하는 관계와 연기가 일품이다. 실화가 바탕인데 실제로는 케어테이커가 흑인이 아니라 아랍계다.
엄청나게 부자인 필립(클뤼제)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사고로 목 아래를 못 쓰는 불구자가 됐다. 아내는 사망했고 양딸 엘리사(알바 가이아 벨루지)는 버릇없는 틴에이저. 그리고 필립의 스태프들은 그를 극진히 모시나 마치 하나의 귀한 굼벵이처럼 다루는 바람에 필립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케어테어커를 수시로 갈아치우는 필립과 그의 개인 비서 마걀리(오드리 플뢰로) 앞에 강도죄로 형을 살고 막 교도소에서 나온 키와 덩치가 크고 젊고 씩씩하고 약간 덤벙대는 드리스(시)가 이력서를 내민다. 드리스는 취직할 생각보다 구직에서 퇴짜를 맞고 실직 수당을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뜻밖에도 필립은 눈치 안 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조야한 드리스를 고용한다. 드리스가 자신을 답답하고 재미없는 일상에서 구출해 줄 수 있는 인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과연 옆에만 있어도 저절로 흥이 나는 드리스는 필립의 생각대로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고 필립을 태운 채 과속으로 차를 몰고 요란을 떨면서 온 집안의 분위기를 뒤집어놓고 필립의 가슴을 생기와 기쁨으로 채워 준다.
이제 사람 좋은 드리스는 필립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데 어느 새 둘은 주종 간이 아닌 친구 사이가 된다. 그리고 드리스는 자기 팬팰을 만나기를 망설이는 필립에게 로맨스까지 권하고 못된 망아지 같은 엘리사에게도 인생 공부를 가르쳐 준다.
고지식한 주인이 미천한 하인에 의해 새 사람이 된다는 흔한 얘기를 재치 있고 생기발랄하게 다룬 영화로 오페라와 현대미술 등 소위 고급문화를 야유한 개그도 약간 유치하나 우습다.
흑인이 백인을 위해 어릿광대 노릇을 하면서 주인을 기쁘게 해 준다는 얘기를 인종차별적인 것으로 볼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 신경 쓰지 말고 즐기시도록 권한다. 올리비에 나카쉬와 에릭 톨레다노 공동 각본 감독. R. Weinstein.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