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홈 인스택션 / 터마이트의 정체

2012-03-31 (토)
크게 작게
김형민 뉴욕주 공인 홈인스펙터

터마이트(Termite)가 출몰하는 계절이 왔다. 겨울내내 땅속 깊이 숨어 있다가 꽃망울이 터지고 새싹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포근한 봄 날씨에 나무 먹이감을 찾아 보이지 않는 실체를 드러내는 반갑지 않은 내방객이다.터마이트 가족 중에서 나무를 먹어 치우는 존재를 흔히 흰개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본래 이 흰개미는 일반 개미군처럼 엄격한 계급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면서 고도의 분업을 통해 활동한다는 점에서 흰개미목에 속하는 곤충이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미와 전혀 다른 바퀴벌레와 더 가까운 존재로 알려져 있다.

비록 개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정작 터마이트의 천적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톱니같은 날까롭고 강한 입을 가지고 있는 일반개미로 알려져 있다. 역시 잘 발달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터마이트 가족의 호위병인 병정개미를 통해 침입자인 이들 개미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터마이트의 구성가족을 살펴보면 짝을 짓고 다른 곳에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 유일하게 지상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날개 달린 터마이트(Winged Termites)를 비롯하여 앞서 언급한 흰개미(일꾼), 병정, 생식과 번식을 담당하는 왕과 여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가족 중 일꾼인 흰개미만이 주택 나무구조물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는 해충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아울러 다른 식구들의 먹이조달까지 담당하고 있다. 즉 병정이나 왕 그리고 여왕은 스스로 먹이를 조달하지 못하고 일꾼이 침탈하여 조달해준 먹이를 먹고 살아간다.


평생 나무를 먹고 식구를 먹여 살리는 일을 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흰개미는 터마이트 가족 구성원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터마이트는 번식과 활동에 필요한 적절한 습기와 화씨 60도 이상의 따스한 곳에서만 존재하는 고로 미국에서는 동토인 알라스카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에서 발견이 되고 있다.
본래 터마이트는 일반 숲속에 살면서 쓰러져 있는 죽은 나무를 먹어치워 흙으로 변화시키는 유익한 곤충이었으나 우리 인간들이 거주를 위해 나무구조물로 집을 짓고 난방시설까지 설치하는 틈을 타 나무먹이 침탈을 위해 집안에까지 침투하게 된 것이다.

터마이트는 나무속과 땅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다. 나무섬유가 주식이고 항상 어두운 곳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눈이 퇴화되어 있고 만일 밖으로 나오면 죽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특징과 습성 때문에 나무속만 파먹기 마련이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람의 눈에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다. 터마이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뉴욕등지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종류는 바로 지중흰개미(Subterranean Termites)로 나무기둥의 겉은 보기에 멀쩡한데 나무속을 파먹어 기둥의 속을 공동화시켜 버리기 때문에 결국은 하중을 견디지 못한 주택나무구조물을 쓰러뜨려 엄청난 피해를 유발시킨다. 이로 인해 마루가 함몰되거나 벽이 쓰러지는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홈 인스펙션시 터마이트 검사 또한 필수적이다. 터마이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을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관계로 전문적 교육과 훈련 그리고 경험을 통해 그 존재의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라이센스를 소유하고 있는 터마이트 인스펙터를 통해 터마이트 검사를 아울러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물론 완전범죄는 어렵다. 문제는 이를 인식하는 시점이다. 분명 이들 터마이트들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을 남기곤 하는데 그 대표적인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간혹 터마이트 피해 경험이 있는 일반 주택소유자들의 경우 그 흔적을 왕왕 찾아내기도 하나 아주 교묘한 흔적까지 찾아낸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흔적은 크게 3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날개달린 터마이트의 출현이다. 그 모양과 특징을 익히 알고 있다면 육안으로 그 실체를 직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가장 쉬운 흔적이 된다. 그러나 둘째와 셋째 흔적은 많은 경험과 훈련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를 필요로 한다. 두번째 쉬운 방법으로 흙과 접하고 있는 집 외벽이나 지하실 나무구조물 혹은 콘크리트 벽면에
터마이트가 만든 이동 통로인 가느다란 진흙관(Mud Tube)이 있는지 여부이다. 간혹 이들 진흙관이 마치 거미줄에 먼지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빗물 등에 흘러내린 진흙이나 먼지자국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이버나 송곳 등으로 긁어보면 제법 단단한 고로 부서지고 그 안에 진흙으로 감싼 통로가 보인다면 이 또한 터마이트 튜브로 의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무결이 썩은 듯이 줄무늬가 약간 들떠 있고 줄무늬 사이에 진흙먼지 같은 것이 끼어 있다면 드라이버나 송곳 손잡이 부분으로 두들겨 보고, 끝으로 찔러 보는 방법이 있다. 두들겼을 때 속이 빈소리가 나고 찔렀을 때 푹 들어간다면 이 역시 터마이트가 나무속에 존재한다는 흔적이 될 수 있다. 이는 존재확인에 앞서 이미 피해가 발생하였음을 의미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