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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배치 고사’ 와 ‘리미디얼 코스’ 의 실체는?

2012-03-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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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C2 Education 원장)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는 학생 5명 중 3명이 리미디얼 코스를 들어야 한다고 한다. 리미디얼 코스(Remedial Course)란 대학 수준의 수업을 듣기 위해 미리 이수해야 하는 기본적인 실력 보충 과목으로 대학 학점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하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대학 수업을 위한 기본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로 대학 생활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리미디얼 코스를 듣는 학생들은 대학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기본 과목들을 추가적인 시간을 투자해서 수강해야 하고 물론 이 과목들에 대해 대학 등록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리미디얼 코스를 듣는다는 통계자료는 오랫동안 공립 고등학교의 교육수준을 염려하게 하는 정보로도 인용돼 왔다. 물론 공립교육의 질적 저하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최근 컬럼비아 대학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를 보면 이 수치가 과연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이 연구 자료는 리미디얼 코스를 들어야 한다고 판정 받은 학생들의 4분의1 이상이 대학 수업에서 B 혹은 그 이상의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얘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커뮤니티 칼리지 그리고 많은 4년제 대학에서는 배치 고사를 위해 칼리지 보드의 애큐플레이서(Accuplacer)를 사용하거나 ACT의 컴파스(Compass)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험이 SAT나 ACT에 비해 훨씬 더 인지도가 낮은 시험이란 점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 시험이 도대체 얼마나 오래 걸리는 시험인지, 어떤 유형의 시험인지에 대해 전혀 사정 정보 없이 시험을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대학에서는 학생들에게 배치고사에 대해 염려할 것이 없다면서 이 시험은 ‘단지 배치를 위해’ 시행되는 것이라며 가볍게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대입시험 준비 때와는 달리 이 시험에 대해 별다른 준비 없이 치르고 있다.

아쉽게도 ‘단지 배치를 위해서’라고 하는 이 말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설명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당국의 가벼운 설명과는 달리 배치 고사는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리미디얼 코스에 배정된 학생들의 4분의3 이상이 중간에 수강 신청을 취소하는 등 학업을 포기하게 되는데 이는 리미디얼 코스가 내용상 매우 지루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대학에서 이 수업을 듣는 것에 대해 참을성을 갖기 어렵기 때
문이다.

설령 이 코스를 다 완수하는 학생들이라고 할지라도 대학 졸업을 위해 학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이 과목들을 들어야 했기에 다른 학생들에 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배치 고사와 리미디얼 코스에 대한 이러한 정보를 통해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학생들은 대학에 등록하기 훨씬 이전부터 대학 레벨의 수업을 듣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히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많은 고등학교 수업은 정도에 지나칠 정도로 매우 쉽게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고 쉽게 A를 받게 되고 이렇게 쉽게 얻은 A로 가득한 성적표는 학생의 실제 실력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학 레벨의 수업을 들으려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가장 고난도의 수업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마다 난이도에 대한 정도가 다를 수 있기에 가장 좋은 선택은 AP 과목을 듣는 것일 것이다. AP는 칼리지 보드에서 제시한 교과과정을 따라야 하고 또 학기말에 AP시험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대학 레벨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공부와 관련 있는 과외
활동 즉, 북클럽이나 문학지 클럽, 디베이트 클럽 등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업 실력을 키울 수 있다.

둘째, 학생들은 배치고사를 치를 때 매우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치 고사는 ‘단지 배치’를 위한 시험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시험의 결과는 학생의 대학 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졸업 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배치고사를 치를 때 마치 대입시험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굳은 각오와 헌신으로 최선을 다해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보게 되는 배치고사나 리미디얼 코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통해 자녀들이 20대에 대학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단계별로 이뤄 나가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인생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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