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고등학교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9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대입준비를 시작한다. 대입준비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다름 아닌 과목 선택이다. 어떤 과목을 수강하고, 얼마나 좋은 성적을 받느냐에 따라 대학 입시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의 고등학교 클래스 스케줄을 그 학생의 교육 청사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준시험도 치러야 하고, 과외활동도 해야 하지만 명문대 진학이 목표라면 9학년 때부터 치밀한 클래스 수강 전략을 짜서 차근차근 스텝을 밟아나가야 한다. 고등학교 과목 선택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본다.
7~8학년 때 기초 확실히 다져야
중학교 때 얼마나 기초를 든든히 다졌느냐에 따라 고등학교 때 클래스가 결정된다.
다시 말해 중학교 때부터 어려운 과목들을 듣고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 받아야만 고등학교 때 원하는 아너스나 AP 과목을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계획성과 정보력인 만큼 중학교 때부터 카운슬러와 정기적으로 만나 학생 자신의 목표와 계획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하는 습관을 들인다.
▲ 영어
영어는 9학년 때부터 12학년 때까지 매학기 택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것이 영어이므로 그 어떤 과목보다 좋은 성적을 받도록 신경 써야 한다.
우수학생들은 보통 9학년과 10학년 때 영어는 아너스(Honors)를 수강하며 11학년 또는 12학년 때 AP를 택한다. 일반적으로 AP 영어는 언어(language)와 문학(literature) 등 2개 과목으로 분리된다.
▲ 수학
영어와 함께 2대 핵심과목 중 하나로 꼽힌다.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이라면 Algebra I과 Geometry에서부터 기초를 확실히 다져놓아야 한다. 대입 학력고사인 SAT, ACT에서도 두 과목이 문제 출제의 근간이 된다.
대입 전문가들은 고교 졸업 전에 최고 수준의 수학 클래스에 들어가려면 9학년 때 Geometry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8학년까지 Algebra I을 마쳐야 한다는 뜻이다. 학교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수학은 Algebra I→Geometry→Algebra II→Trigonometry→Pre-Calculus→Calculus AB→Calculus BC로 순서가 이어진다. Calculus(미적분) AB와 BC는 AP 클래스로 학생이 원하면 매년 5월 실시되는 AP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수학 또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Algebra I 때부터 아너스 클래스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좋은 성적을 받는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명문대에 지원하려면 영어와 마찬가지로 수학도 4년 내내 이수해야 한다.
▲ 과학
과학은 학생들에게 분석적 사고력을 가르치며 이론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대학들은 지원자들이 고교시절 최소 3년간의 실험과학 클래스를 이수할 것을 주문한다. 여기서 실험과학이란 생물(Biology), 화학(Chemistry), 물리(Physics)를 말한다.
명문대일수록 과학도 영어, 수학처럼 4년 내내 수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겠다. 물론 들어갈 수만 있다면 핵심 세 과목 모두 AP를 택해야 한다.
▲ 사회과학
역사, 정치, 정부에 대해 모르고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과학이 중요한 것이다.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세계사, 미국역사, 미국정부, 유럽역사 등을 택한다. 미국역사, 유럽역사, 미국정부 등은 AP 클래스가 있다.
▲ 외국어
주요 대학들은 2년을 요구하지만 3년 이상을 해야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스패니시, 불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주요 언어는 AP 클래스까지 수강할 수 있다.
고려할 점
대입준비라는 멀고 험난한 길을 혼자서 헤쳐 나가기에는 힘이 모자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움의 손길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혼란스러우면 질문을 하고 부모, 형제자매, 학교 관계자 등 인생 선배들의 경험과 지혜에 의존하는 것도 좋다.
1. 부모, 형, 또는 누나에게 고등학교 시절 어떤 과목들을 좋아했거나 싫어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본다. 참고를 목적으로 물어보는 것이지 부모형제가 걸어갔던 길을 그래도 따라 하라는 말은 아니다. 부모, 형제자매와 나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2. 학기가 시작할 때 더 어려운 클래스를 수강한다. (들어간 클래스가 힘에 부칠 경우)어려운 클래스에서 쉬운 클래스로 내려가는 것이 (수업내용이 너무 쉬울 경우)쉬운 클래스에서 어려운 클래스로 올라가는 것보다 한결 수월하다.
3. 학교 밖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선물로 받은 캠코더로 동영상 찍는 것을 즐기면 학교에서 드라마나 필름 클래스를 선택과목으로 택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4. 나의 꿈과 계획을 정리해 본다. 대학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직업에 종사할 건지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관심 있는 분야에 종사하는 어른을 찾아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까지 어떤 길을 걸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도록 한다.
UC와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진학이 목표인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때 과목 선택을 신중하게,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아너스 및 AP 과목 수강이다. 명문대 일수록 지원자가 이수한 과목들의 수준(strength of curriculum)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큰 꿈과 목표를 가진 학생이라면 고등학교 시절을 편안하게 보낼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 그렇다고 아너스 및 AP 과목을 수강하는데 그치면 곤란하다. 어려운 클래스를 최대한 많이 택하고 A 또는 B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 AP 과목이란
AP 과목은 쉽게 말해 고등학교에서 제공하는 대학 1~2학년 수준의 클래스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공부하는 수준이 레귤러 클래스는 물론이고 아너스 클래스보다도 높으며 매년 5월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되는 해당과목 AP 테스트에서 대학 학점 인정에 필요한 4점 이상 취득을 목표로 수업이 진행된다.
AP 클래스 수강은 각 고등학교의 스크리닝 기준을 통과해야 가능하며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A학점을 받는 것은 더욱 힘들다. 실제로 스크리닝을 통과한 고교생 중 일부는 AP 과목에서 C, D, 또는 F 학점을 받아 대학입학 사정에서 낭패를 보기도 한다. 영어(Language & Literature), 수학(Calculus AB & BC),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패니시, 유럽 역사, 세계사, 통계학, 경제학, 심리학 등 모두 33개의 AP 과목이 있다.
입학 사정관들은 지원자의 도전정신과 성취욕을 보고 싶어 한다. 터프한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것은 대학에서 어려운 공부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터프한 과목이란 AP를 말하는 것이다.
AP 클래스에서 큰 어려움 없이 에세이를 작성하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줄 알면 대학생활에서 성공할 기본 자격요건을 갖춘 셈이다.
▲ Weighted GPA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은 아너스, AP 등 레귤러 과목보다 어려운 클래스를 택하는 학생들에게 가산점(extra point)을 주는 방식으로 우수 학생들에게 혜택을 준다. 가산점을 적용받고 계산한 GPA를 Weighted GPA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AP 또는 아너스 과목에서 A를 받을 경우 기존의 4점 대신 5점을 부여받는다. 어떤 학생이 AP 과목만 6개 택해 모두 A를 받았을 경우 이 학생의 평균 GPA는 5.0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려운 과목에서 B를 받으면 3점 대신 4점, C를 받으면 2점 대신 3점을 받게 된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은 Weighted GPA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문대일수록 지원자의 성적표가 AP와 아너스 과목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지만 입학사정관들은 가산점을 적용받지 않는 레귤러 GPA로 지원자들을 비교·평가한다.
일부 명문대의 경우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외국어 등 핵심과목들만 추려내 이들 과목의 레귤러 GPA만 따로 계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 UC 입학을 위해 필요한 과목
UC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때 UC가 지정한 대학 준비과목(a-g 코스) 15개를 이수해야 한다. 이 중 11개 과목은 12학년이 되기 전에 마치도록 되어 있다.
a-g 과목은 a. 역사·사회과학 2년 b. 영어 4년 c. 수학 3년 d. 실험과학 2년 e. 외국어 2년 f. 시각·공연예술 1년 g. 선택과목 1년 등이다.
UC는 지원자가 10~11학년 때 이수한 a-g 과목에 한해서만 Weighted GPA를 계산하는데 최고 8학기까지 택한 클래스(보통 1년짜리 클래스 4개)만 Weighted GPA 계산에 적용되며 C 학점 이상 받았을 경우에만 가산점이 부여된다.
“명문대일수록 12학년 성적 꼼꼼히 따진다”
예일대학의 조언
예일대는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포드 등과 함께 미국 내 최고 대학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하는 명문 중 명문이다. 명문대를 목표로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는 학생들을 위한 예일대 입학사무처의 조언을 들어보자.
1. 한 과목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
예일대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가 고등학교 때 AP 물리학을 했는지, AP 스패니시를 했는지 등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학생이 고교시절 도전적인 과목들을 많이 택하고 좋은 성적을 받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2. 12학년을 편하게 보내면 안 된다
많은 학생들이 10학년과 11학년 때 좋은 성적을 받은 뒤 12학년 때 12학년 병이라고 불리는 ‘senioritis’에 걸려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12학년 때도 터프한 과목을 최대한 많이 택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완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명문대일수록 지원자의 12학년 때 성적표를 꼼꼼히 들여다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3. 학교가 AP 과목을 많이 제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학교에 따라 제공하는 AP, 아너스 과목수가 다르다. 학생들의 학력이 높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일수록 어려운 과목도 많이 제공한다. 고급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도 그 학교에서 제공하는 어려운 프로그램을 최대한 많이 이수하면 입학사정에 도움이 된다.
4. 밸런스가 중요하다
영어, 수학, 과학, 외국어, 사회과학 등 핵심 5개 과목은 매년 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심 있는 분야의 선택과목도 적절히 섞어 수강해야 하겠지만 핵심 과목들을 희생하지 않고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