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의 문신을 한 여자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 ★★★★(5개 만점)
반사회적 고독녀 컴퓨터 해커 리스베스 살란더(루니 마라)가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다.
스웨덴 베스트셀러 원작의 스릴러
작고한 스웨덴 작가 스틱 라슨의 베스트셀러 ‘밀레니엄’ 3부작 중 제1편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 스웨덴 영화(DVD)의 미국판으로 음습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에 감싸인 빼어난 스릴러다.
어둡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매우 지적이요 또 품위 있는 스타일을 지녔는데 데이빗 핀처 감독의 치밀하고 기민하며 완벽하게 내용과 화면을 다루는 솜씨가 훌륭하다.
이 영화는 짙은 겨울 연무 속에 잠긴 듯한 염세적이자 필사적이요 또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가 내용을 나무랄 데 없이 받쳐 주고 있어 영화를 보면서 시종일관 피부를 찌르고 들어오는 한기를 느끼게 된다.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영화로 촬영과 음악과 프로덕션 디자인 등도 모두 일품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문신을 한 여주인공 역의 루니 마라의 연기다. 마라의 속에 깊은 상처를 입은 반사회적이요 고독하고 도전적인 여자의 연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잠시도 한눈을 못 팔게 하는 강렬한 것이다. 마라는 이 연기로 골든 글로브 주연상 후보(드라마 부문)에 올랐다.
미국판을 스웨덴판과 비교하자면 스웨덴 것이 핀처의 것보다 훨씬 어둡고 치열하며 또 거칠다. 핀처의 작품치곤 내장을 훑어내는 쓴맛이 모자라고 할리웃식으로 끝이 말끔하게 정리되는 점이 다소 거슬리지만 사납게 재미있는 영화다.
스톡홀름의 밀레니엄 잡지의 민완기자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대니얼 크레이그)가 부패한 재벌의 비리를 폭로한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하면서 시작된다.
그 직후 스톡홀름에서 멀리 떨어진 고립된 섬의 대저택에 사는 거부 헨릭 뱅거(크리스토퍼 플러머)로부터 미카엘에게 제의가 들어온다. 40년 전 섬에서 사라진 자신의 질녀 해리엣을 찾아달라는 것.
미카엘은 이 제의를 수락, 섬에 있는 별채에 짐을 풀고 우선 뱅거 가족의 복잡한 계보를 샅샅이 조사한다. 때는 크리스마스 후로 진눈깨비와 눈이 내려 사방이 짙은 회색이다. 미카엘은 섬에 각기 따로 떨어져 사는 뱅거 가족들을 하나씩 만나는데 그런 미카엘을 친절히 대하는 사람이 해리엣의 오빠 마틴(스텔란 스카스가드).
미카엘이 뱅거 가족들의 뒷조사를 하면서 이들이 짐승과도 같은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난다. 한편 헨릭은 미카엘을 고용하기 전 자기 변호사를 통해 컴퓨터 해커 전문가인 등에 커다란 용의 문신을 한 여자 리스베스 살란더(마라)로 하여금 미카엘의 신원을 조사시킨다.
그리고 미카엘은 리스베스를 자신의 보조자로 고용하면서 둘 간에 직업적이자 로맨틱한 관계가 형성된다. 모호크족의 헤어스타일에 눈썹을 살색으로 염색하고 온몸에 피어싱을 한 리스베스는 새디스틱한 보호감찰관의 관할 하에 있는데 이 남자가 리스베스를 겁탈하고 이어 리스베스가 가차 없이 남자에게 보복을 하는 장면이 끔찍하다.
영화는 미카엘의 수사와 리스베스의 개인적 모습을 자주 교차 묘사하다가 둘이 팀이 되어 해리엣 실종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매우 세련되고 솜씨 좋게 처리했다. 영화가 스웨덴 것처럼 좀 더 위협적이요 절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R. 158분. Sony.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