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타케시 키타노·왼쪽)와 그의 부하가 라이벌 야쿠자를 처리하고 있다.
‘소나틴‘과 ‘하나-비’ 등을 감독한 일본 야쿠자 영화의 1인자인 만능연예인 타케시 키타노가 오래간만에 만든 갱영화로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폭력적이다. 심장 약한 사람은 강심제를 복용한 뒤 볼 것을 권유한다.
키타노의 영화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이야기보다 현란하고 다채롭고 아름다운 화면 안에 담은 잔인무도하고 끔찍하고 또 인정사정없는 폭력이 특징으로 그는 폭력과 그것의 결과를 나름대로 탐구하고 있다.
이번 영화는 폭력의 극치를 구사하면서도 서술방식이나 얘기가 여느 극영화처럼 접근하기가 쉬운데 불타듯 화끈한 시각미 속에 염세주의적 피바람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사납게 불고 있다. 폭력을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하기도 쉽지 않은데 미국의 폭력의 미학자인 샘 페킨파의 폭력은 키타노의 그것에 비하면 아이들 용이다.
영화에 나오는 폭력의 수단들을 보면 권총과 기관총뿐 아니라 젓가락과 밧줄과 자동차 그리고 뱀과 치과도구 등이 사용되는데 폭력의 도가 너무 지나쳐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
얘기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야쿠자 산노-카이파의 두목(소이치로 키타무라)이 자신의 두 라이벌인 이케모토(준 쿠니무라)파와 무라세(렌지 이시바시)파가 서로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시작된다. 이에 겁을 먹은 이케모토는 백전노장의 냉철하고 과묵한 야쿠자 중간 보스 오토모(키타노)에게 산노-카이파와의 평화공존을 위해 일종의 양동작전으로 문제를 일으켜 달라고 부탁한다.
이어 야쿠자들 간에 폭력이 일어나면서 한 야쿠자의 얼굴에 칼로 X마크가 새겨지고 또 다른 야쿠자가 무참히 살해되자 오토모가 상황수습에 나선다. 물론 그의 상황수습 수단이란 잔인한 폭력. 오토모는 무라세를 약간 손을 보는데 치과도구를 사용해 손을 보느라 피가 튄다.
영화는 중간쯤에서 잠시 폭력이 잠을 자다가 곧 이어 더 인정사정없는 폭력이 자행되고 마지막에 가서 야쿠자들 간에 전면전이 일어난다. 세 야쿠자들 간의 권력투쟁의 얘기가 다소 복잡해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볼만한 것은 앙상블 캐스트로 이뤄진 갱들로 나오는 배우들의 즐거워서 죽겠다는 식의 다채로운 연기. 우습고 멋있고 촌뜨기 같고 또 으스대고 위협하는 연기들이 아주 재미있다. 키타노는 늘 그렇듯이 얼굴 근육만 실룩이면서 무표정한 연기를 인상적으로 한다. 촬영과 컬러 및 음악도 좋다.
성인용. 8일까지 뉴아트(310-281-8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