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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된 아내, 어떻게 해야하지?”

2011-1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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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연출 모두 훌륭한 가족 드라마

▶ 후손들 (The Descendants)) ★★★★★(5개 만점)

“식물인간 된 아내, 어떻게 해야하지?”

맷(조지 클루니·왼쪽 두번째)이 두 딸 알렉스(왼쪽)와 스카티 및 알렉스의 남친 시드와 함께 아내의 정부를 찾아 나서고 있다.

경치 좋은 하와이를 무대로 한 내부적으로 이리저리 흩어진 가족 드라마로 가족애와 단결과 사랑과 후회 그리고 용서 등 모두가 공감하고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를 지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작품이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둔 남편이 자기주장이 뚜렷한 두 딸을 키우느라 애를 쓰면서 아내의 죽을 권리 문제로 고민이 심각한데 여기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거대한 땅의 처분을 놓고 친척들과 의견대립까지 하느라 얼굴에 주름 펴질 날이 없는 얘기다.

얼핏 주제를 보면 매우 슬프고 어두운 영화라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감독 알렉산더 페인(‘사이드웨이즈’)은 이런 것들을 과다히 슬프거나 감상적이거나 또 어둡게 묘사하지 않고 감정과 감성, 극적 사실성과 재미 그리고 인간 심리와 느낌의 명암을 미묘하고 기민하게 섞고 또 조절해 영혼을 각성시켜 주는 영화로 만들었다.


조지 클루니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비롯해 촬영과 경치와 음악 그리고 절묘하게 배합된 유머와 페이소스 및 감독의 자상하고 관대하며 또 통찰력 있는 연출력이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작은 보석과도 같은 영화다. 기자의 올해 넘버원 베스트 영화다.

처음에 하와이 원주민의 피를 지닌 사업가 맷 킹(클루니)이 수상스키를 타다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 엘리자베스(패트리샤 헤이스티)의 병실에서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놈의 패라다이스”라고 욕을 해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내는 23일째 혼수상태인데 유서에 식물인간이 되기를 거부한다고 명기해 맷은 아내의 생명 보조기를 제거해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이 크다. 여기에 10세난 둘째 딸 스카티(아마라 밀러)는 이제 막 반항기를 보이기 시작하고 17세난 첫 딸 알렉스(샤일린 우들리)는 말썽꾸러기여서 기숙사 학교에 보낸 상태다.

맷은 또 하와이 귀족이었던 조상이 물려준 카우이의 개발하지 않은 2만5,000에이커 땅의 대주주인데 사촌 휴(보 브리지스)를 비롯한 친척들이 개발업자에게 땅을 팔라고 압력을 넣어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그런데 맷이 뒤늦게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가 희비쌍곡선이 마구 교차되는 샛길로 접어든다. 맷은 도대체 아내가 누구와 바람을 피웠을까 하는 것이 너무 궁금해 두 딸과 함께 이 남자를 찾으러 나선다.

여기에 동행하는 것이 알렉스의 남자 친구로 입 걸고 멍청해 보이나 실은 똑똑하고 믿음성 있는 시드(닉 크라우지). 이 과정에서 폭소를 자아낼 유머스러한 일들이 빈번히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유머도 요란스럽지 않고 대사나 자연스런 연기에 의해 상냥하고 기분 좋게 표현된다.

감정 충만하고 모든 면에서 만족할 만한 영화의 가장 훌륭한 점은 연기. 우선 클루니의 자기 내면을 아낌없이 드러내면서 티를 내지 않는 연기가 훌륭하다. 다음으로 감탄할 만한 것이 우들리. 반항기가 있지만 실은 어떻게 보면 내적으로 아버지보다 더 강인하고 또 현명하기까지 한 소녀의 연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 그리고 크라우지의 능청맞은 연기가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또 밀러도 깜찍하고 맷의 퉁명스런 장인 역의 로버트 포스터도 재미있다. 라스트 신이 감동적이다.

R. Fox Searchlight.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센추리15(888-AMC-4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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