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 달이 조금 더 남은 셈이다. 나이 많으신 어른들이 자주 쓰고 말하시던 "세월이 유수 같다" "시위를 떠난 화살 같다"는 구절이 필자도 그 나이에 가까워지는지 요즈음 들어 더 실감이 난다.
불경기의 시발점이고 해결점인 부동산업이 직업이라서인지 올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긴 하다. 처음부터 부동산업을 평생 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안 했었지만 벌써 이십년도 훨씬 더 몸담고 있으니, 이제는 생업이고 평생 직업이 된 것 같다.
아주 초짜시절엔 거의 서너 달에 한 번씩 새 구두로 바꿔 신을 만큼 열심히 뛰어다녔었다. 일정한 지역만을 한정해서 일하는 주택 전문 에이전트보다는 남가주 전역을 취급하는 상업용 필드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었고, 실제 성과도 꽤 있어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 부동산 에이전트로 많은 고객들에게서 인정받았다.
요즈음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한 눈 팔지 않고 일하고 있으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온종일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가는 퇴근길의 머릿속에는 무언가 미진한 것이 남아 있어 항상 스트레스가 되곤 한다. 그것은 잡다한 일에 쫓겨서 아무것도 확실하게 종결짓지 못하고 헛된 일에 시간만 낭비하고 하루를 보내지 않았나 하는 심리적 불안일 것이다.
그래서 돈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고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으로 ‘재테크’라고 말이 있듯이, 효과적인 시간 관리를 하기위한 ‘시테크’라는 말도 생긴 것 같다. 즉 시테크란 부족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성공하기 위한 일곱 가지 방법’이란 책을 써서 유명인이 된 스티븐 코비는 ‘프랭클린 플래너’라는 일년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다이어리를 만들고, 이 플래너가 매년 연말이면 다음해를 위해 많이 팔리며 증정용으로도 종종 쓰인다.
18세기 미국의 과학자이며 정치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메모광으로도 유명했는데 그는 단순히 메모만 잘 했던 것이 아니라 그가 추구하는 인생의 지침을 정리하여 일주일 단위로, 그리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무엇을 하였는지 계속 적었다고 하며, 이에 아이디어를 얻은 스티븐 코비는 하루나 한 주간의 일정을 정리하기 위해 쓰이던 수첩을 기본으로 인생의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는 시간관리형 플래너를 만들어 인생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 시간 단위가 아닌 1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활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것들을 잘 지키게만 되면 낭비하는 시간 없이 부지런히 살 수 있겠으나, 왠지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도 뭔가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항상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요즘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도 자주 눈에 띈다. 느리게 사는 것이 답답하고 게으른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게끔 교육 받았기에, 20대에 미국에 와서 생존경쟁이 말 그대로 자신의 생활이 되어버린 이민 1세인 필자에게는 성과나 업적의 강박으로부터 이 ‘느림의 미학’ 이란 말은 어떤 여유를 찾게 하는 편안한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바른 시간 관리는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삶의 기본도구 같은 것이다.
시간 관리를 잘해야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이 꼭 바삐 사는 것과 일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바쁘게 살지만 모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중압감이 큰 것이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생각 외로 급하지도 않고 꼭 해야 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 일도 있다.
훌륭한 시간관리, 즉 시테크에는 얼마나 잘 놀고 잘 쉬느냐도 꼭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느긋하고 재미있는 시간이 재충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종종 회사 회식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잘 놀고 호응도가 높은 에이전트가 매매도 잘 성사시키고 성과도 높게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시간관리에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미루지 말고 제때에 하는 스피드, 타이밍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과연 이 바쁜 현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되며 어떻게 살아야 시간관리를 잘하는 것일까?
최근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멘토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김난도라는 대학 교수의 강의를 잠깐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그는 사람의 일생을 80으로 보고, 그 80년 일생을 24시간의 하루에 비교를 하였다. 즉 인생이 딱 하루라면 자신의 인생이 하루의 어디쯤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일년을 하루 24시간에 대입한 ‘인생시계’에 따르면, 일년은 18분이고 10년은 3시간이니 스무 살짜리 청년은 아침 여섯시에 있고, 60세 은퇴를 할 나이는 오후 여섯시이다. 그러니 나이가 서른이 되었는데 아직 아무 것도 제대로 해놓은 것이 없다고 고민하는 젊은이도 이제 겨우 아침 아홉시, 하루 일을 시작할 나이에 불과하니 낙담할 일도 고민할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집안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 고장 난 탁상시계 하나 찾아내어 인생시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일년에 18분씩을 더 추가시키면서 생각해 보자. 아직도 많이 남아 있구나! 아니면, 아니 벌써! 인가?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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