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의 변동을 설명해 주는 것이 바로 주택 가격지수다. 정기적으로 발표되는 주택 가격지수를 통해 일반인은 물론 부동산 중개인들도 주택 가격의 추이를 가늠한다. 하지만 제각각 다른 내용을 내놓는 주택 가격지수 때문에 일반인들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각 지수마다의 특성과 산출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주택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하게 된다. 대표적인 주택 가격지수 S&P 케이스-실러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 가격은 전달 대비 약 0.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연방 주택금융감독국(FHFA)의 집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은 오히려 약 0.1% 하락했고 전국 부동산협회(NAR)의 발표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전달과 차이가 없었다. 주택 가격지수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머니가 소개한 지수별 산출 방법과 적용 대상 주택시장에 대해 알아본다.
연방 주택금융감독국(FHFA) 집계
급매성 비율 낮은 정상거래·중저가 시장 반영
S&P 케이스-실러 지수
점보 모기지 대출 포함시켜 고가지역 시세 파악
전국부동산협회(NAR) 집계
전국 156개 대도시 조사 세분화된 지역 정보
#지수별 차이 원인: 판이한 산출 방식
동일한 주택시장을 대상으로도 각기 다른 내용의 주택 가격지수가 발표되는 경우가 많다. 지수마다 제각각의 내용을 내놓은 이유는 산출방식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셀러나 바이어 모두 주택 가격지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마련이다. 하지만 서로 다른 내용의 지수를 접하다 보면 주택시장 상황을 오해하기 쉽다. 지수별 산출 방식을 이해하면 불필요한 오해 없이 주택 가격의 추이를 정확히 읽는데 도움이 된다.
우선 NAR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주택 가격지수는 흔히‘주택 중간가격’(median home price)으로 불리는데 ‘기존 주택’(existing homes)들이 지수 산출 대상이다. 일정기간 어느 한 지역에서 매매된 기존 주택을 가격별로 나열한 뒤 중간에 속하는 가격이 바로 주택 중간 가격이다. 평균 주택 가격과는 다르며 특정지역에서 가장 많이 매매되는 주택 가격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케이스-실러 지수와 FHFA의 지수는 ‘반복 판매’(repeat sale)된 동일한 주택을 지수 산출대상에 포함시킨다. 한 주택이 두 번 이상 매매될 경우 직전 매매 가격과의 차이를 조사한 뒤 다른 조사 대상 주택의 가격 차이와 함께 가중치를 계산해 지수화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조사 대상 지역의 주택 가격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지수로 평가 받는다.
지수 산출에 포함되는 주택의 형태도 지수에 따라 다르다. NAR의 주택 중간가격과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지수는 일반 매물은 물론 차압 및 숏세일 매물, 주택 대출을 통한 거래와 현금 거래 매물 등 모든 형태의 매물을 지수에 포함시킨다. 반면 FHFA의 주택 가격 지수는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매나 프레디맥이 보증을 선 모기지 대출을 통해 매매된 주택만 지수 산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따라서 현금 거래는 FHFA 지수 산출 때 제외된다.
#각 지수가 가장 잘 대변하는 주택시장
▲중저가대 주택시장: FHFA 주택 가격지수
중저가대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라면 FHFA가 발표하는 주택 가격지수에 귀를 기울여본다. FHFA의 주택 가격지수는 고가 주택시장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점보 모기지 대출을 지수 산출 대상에서 제외시키기 때문에 중저가 주택의 시세가 지수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또 차압 매물이나 숏세일 매물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금 거래도 지수 산출 때 제외되므로 급매성 매물 비율이 낮은‘정상’수준의 주택시장 시세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증에 나선 모기지의 비율이 급증하면서 FHFA 주택 가격지수의 정확도가 높아져 더욱 신뢰를 얻고 있다.
FHFA는 두 기관이 보증을 선 모기지를 통해 매매된 주택만 지수 산출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두 기관이 보증을 선 모기지의 비율은 지난 2006년 약 27%에서 최근 약 3분의2로 급증했다. FHFA의 웹사이트(fhfa.gov)를 방문하면 지역별 및 시기별 주택 가격지수 통계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고가 주택시장: S&P케이스-실러지수
만약 고가 주택이 집중한 지역의 주택 가격 시세를 확인하려면 S&P 케이스-실러지수가 적합하다. S&P 케이스-실러 지수는 FHFA 지수와 달리 고가 주택 구입 때 많이 활용되는 점보 모기지 대출을 통한 주택 거래가 지수 산출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S&P 케이스-실러 지수는 또 같은 주택시장 내에서 고가격대 주택과 중저가대 주택 간의 가격 변동차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마이애미 지역에서 14만3,061달러 미만의 주택 가격은 14%나 하락한 반면 25만3,909달러 이상의 주택은 가격이 2%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S&P 케이스-실러 지수를 통해 한 도시 내에서도 가격대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는 주택 가격의 추이를 읽을 수 있다.
S&P 케이스-실러 지수는 경제학자 칼 케이스와 로버트 실러 교수가 80년대 초 고안한 지수로 주택 가격 동향을 파악하는데 많이 활용된다. 현재는 신용등급 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와 정보기술업체 파이서브(Fiserv)가 지수를 공동 산출, S&P의 웹사이트(standardandpoors.com)를 통해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세분화된 주택시장 정보: NAR 주택 중간가격
전국 부동산협회(NAR)가 집계하는 주택 중간가격 통계는 세분화된 지역별 주택 가격을 확인하는데 좋다. S&P 케이스-실러 지수가 전국 지수, 10대 도시 지수, 20대도시 지수 등 주로 전국화 된 주택 가격 동향을 파악하는 반면 NAR의 주택 중간가격은 전국 156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을 조사해 발표한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규모가 큰 가주, 뉴욕, 일리노이주의 협회는 이미 세분화된 지역을 다시 소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별 주택 가격 정보를 제공한다.
NAR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주택 중간 가격 자료는 협회 웹사이트 realtor.org를 방문하면 지도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