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박람회 메인 스피커인 스티븐 프리드펠드 박사가 교회 본당을 가득 메운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아이비리그 입학사정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나만의 특별함’보여야 경쟁 뚫는다
명문대 가려면 AP 등 고급클래스 성적 좋아야
과외활동은 한두 가지를 깊게 파야 입시에 도움
UC 및 명문 사립대 진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일보가 주최한 ‘UC 및 명문사립대 대학박람회’가 지난 10월29일 애나하임에 있는 남가주 사랑의 교회에서 3,000여명의 학생 및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이날 박람회에는 아이비리그의 명문 코넬과 프린스턴에서 10년간 입학 부처장을 지낸 스티븐 프리드펠드 박사, 한인사회에서 잘 알려진 대학입시 전문가인 이정석 아이비드림 대표·양민 유에스 에듀 컨설팅 대표, 대학 학자금 보조 전문가인 리처드 명 AGM 칼리지 플래닝 대표, 제리 강 UCLA 법대 교수 등 쟁쟁한 인사들이 나와 대학 입시와 관련된 한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교회 본당에서 열린 주요 연사들의 세미나 내용을 지상중계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명문 사립대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은 늘어나고 있는데 각 대학의 입학정원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지원자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2011년 가을학기 하버드 대학의 합격률이 6%에 불과했던 것만 봐도 얼마나 입학 경쟁이 치열한지 짐작할 수 있다. 다른 학생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나만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이 명문사립대 입학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들이 제출한 입학원서를 심사할 때 들여다보는 것은 ▲학업성적과 고등학교 때 택한 과목들의 수준 ▲입학원서 에세이 ▲SAT·ACT 등 대입 학력고사 점수 ▲과외활동 및 리더십 ▲추천서의 내용과 질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GPA와 이수한 과목들의 수준이며 그 다음으로 대학 입학시험 점수와 에세이가 중요하다. 따라서 명문 사립대 진학을 꿈꾸는 모든 학생들은 AP, 아너스 등 고급 클래스를 최대한 많이 택하고 이들 과목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전략도 없이 남들을 따라하는 식으로 AP 과목을 택하면 곤란하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고급 과목을 택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양보다는 질이 우선인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처음 좋은 성적을 받다가 학년이 오를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보다는 저조한 성적으로 시작했지만 노력해서 성적이 오르는 학생을 더 선호한다. 학생 자신이 꾸준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은 에세이를 통해 그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에세이를 읽는 사람을 만날 수는 없지만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를 한다는 심정으로 생생한 글을 써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과외활동 또한 대입 사정에서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올 A를 받고 시험 점수도 높은 학생이 과외활동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큰 이유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활동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진정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활동을 하되 한두 가지를 깊고 오래 해야 자기 계발에도 좋고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된다.
추천서의 경우 보통 고등학교 교사, 카운슬러, 교장 등에게서 받는데 중요한 것은 학생의 장점과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야 양질의 추천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명문사립대 진학을 위해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모든 분야가 완벽한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가지가 좀 모자라면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만회할 수 있다.
10년 간 코넬 학부와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일한 경험으로 볼 때 아이비리그의 경우 지원자의 5%는 합격이 금방 결정되며 30%는 신속히 불합격 처리된다. 나머지 65%의 경우 당장 합격시키기도, 불합격시키기도 애매한 케이스로 입학원서를 2~3번 검토한 후 합격여부를 결정한다.
대학 진학준비는 가능한 일찍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학년 때 인터넷을 통해 관심 있는 대학에 대한 정보를 얻고 11학년 때는 주말이나 방학 때 시간을 내 대학 캠퍼스를 직접 방문할 것을 권한다.
입학원서에 들어 있는 내용을 에세이에 또 쓰는 일 결코 없어야
재정보조 신청의사 밝혀도 입학사정엔 전혀 불이익 없어
양민 박사(주제: 나쁜 에세이 사례)
학업성적과 SAT·ACT 점수만 잘 받으면 명문대학에 합격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명문대 일수록 GPA, 시험 점수 등 지원자들의 객관적인 스펙이 서로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에세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한인 학생들은 타인종과 비교할 때 영어 독해력과 수학 점수는 높지만 에세이 부문에서 만큼은 백인 학생에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입 원서 작성과정에서 에세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화사에서 사원을 뽑는 것과 대학에서 신입생을 뽑는 절차는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대방의 사진만 보고 결혼을 결정하지 않는다. 직접 만나서 내 맘에 드는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이 에세이를 들여다볼 때 실제로 글을 쓴 학생을 만나서 얘기를 들었다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생생한 글이어야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에세이를 쓸 때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을 요약해 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라
입학사정관들은 수많은 에세이를 읽는다. 나의 과거 환경과 경험, 특정 인물 등이 나의 인생 목표, 대학 전공 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해야 한다. 입학사정관과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글을 써라. 미국생활 경험이 적은 학생일수록 자기 표현이 약하다.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글이 좋은 에세이다.
▲입학원서 내용 반복은 금물
많은 학생들이 에세이를 쓸 때 입학원서에 기재한 내용을 반복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학창시절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이런 자리에도 앉아봤다는 팩트 나열식 에세이를 피해야 한다. 지원한 대학의 어떤 점들이 좋다는 내용의 에세이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의 자질을 드러내 보여라
동문서답을 하면 안 된다. 에세이 주제에 맞는 글을 쓰도록 하되 질문에 정확히 대답한다. 또한 견실성, 겸손함, 열정, 헌신성, 진실성, 끈기 등의 자질을 드러내 보인다. 살면서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면 플러스가 된다.
▲미리 준비해라
입학원서 제출 마감이 코앞에 닥쳤을 때 에세이를 시작하는 것은 패배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생각날 때마다 메모하는 등 미리미리 준비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 리처드 명 대표
(주제: 학비보조 극대화 이렇게)
대학 등록금이 매년 인상되면서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 학자금 보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학비를 포함해 UC 계열 대학을 다니는데 드는 연간 총비용은 3만달러에 육박하며 사립대의 경우 5만~6만달러에 달한다. UC의 경우 4년 후 연 등록금이 지금의 2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단돈 3,000달러가 없어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드림스쿨에 합격하고도 커뮤니티 칼리지로 방향을 트는 학생도 봤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10학년 때부터 어떻게 대학 학비를 조달할 것인지 고민하고 사전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12학년이 되어서 대입 원서를 작성할 때 절차를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재정보조 신청에 있어 부모의 체류신분은 중요하지 않다. 학생이 영주권자 이상이고 고등학교 때 GPA가 2.0 이상이면 누구나 재정보조를 신청할 수 있다.
일부 학생 및 학부모들은 대입원서 작성 때 재정보조 신청 의사를 표명하면 입학사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믿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거의 모든 대학들은 지원자의 재정보조 신청 여부를 입학사정에 반영하지 않는 ‘need-blind’ 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보조는 크게 장학금 등 ‘merit-based’와 그랜트, 융자 등 ‘need-based’로 나뉘는데 재정보조를 필요로 하는 모든 학생들은 매년 1월1일 오픈되는 연방 무료 학비보조 신청서(FAFSA)를 온라인을 통해 작성한 뒤 접수해야 한다.
FAFSA 외에 CSS 프로파일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연방 정부와는 관계없는 그랜트, 융자, 장학금 등을 받아내기 위해 작성해야 하는 추가서류로 보면 된다.
FAFSA의 경우 잘못 기재한 정보를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지만 CSS 프로파일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처음 작성할 때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무상 학자금 보조인 캘그랜트(Cal Grant)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FAFSA를 3월2일까지 접수해야 하므로 가능하면 1~2월 중에 접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FAFSA는 무료로 접수할 수 있는 서류이다. 제3자가 돈을 받고 서류작성을 대행해 주는 것은 불법이다.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제출한 뒤 대학에서 보내온 재정보조 내역서가 잘못 되었을 경우 어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어필 레터는 상당한 공을 들여 설득력 있게 작성해야 퇴짜 맞을 확률이 줄어든다.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 수집에 신경 써야 한다.
세미나뿐만 아니라 교회 체육관에 마련된 대학 및 교육관련 업체 부스에도 참가자들이 대거 몰려 필요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얻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