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아빠는 화가 나면 아주 무서워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둘이 있다는 어머니가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남자들의 “욱하는 기질”이 있어서 종종 집안을 공포분위기로 몰아넣고는 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너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도 염려를 하고 있었다.
참고로 어린 자녀들을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힘들게 만드는 것도 자녀학대에 해당이 된다. 흔히 분노와 같은 성품은 타고 난다고들 생각들을 하지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분노는 때, 장소, 대상을 가려서 한다. 분노는 특히 사람을 가려서 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주변에서 언제라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분노의 대상이 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특히 아내, 남편, 자녀, 부모, 직장에서는 부하직원, 주로 이렇게 내가 분노의 행동을 나타내 보여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분노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런 분노행동은 우리가 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특히 성장과정에서 학습을 통해서 보고 배운 그런 행동이라고 하겠다. 그렇지만 분노의 감정이 모두 다 나쁘고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가령 사람이 분노하지 않으면 불의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게 될 것이고 내 생각, 내 주장, 내 권리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정당하게 행사하는 데는 적절한 분노의 감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분노를 올바르게 조절하는 기술이 아니라 분노를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을 일상생활 속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우리가 분노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자체가 분노의 감정에 이끌려다니게 되고 만다.
사람의 신경조직은 대체로 동시에 발생하는 신경정보를 한 가지로 묶어서 처리하게 된다. 가령 장미를 대하면 의식적으로 꽃향기 따로, 꽃모습 따로 생각하지 않듯이, 어른들이 분노의 행동을 무절제하게 나타내 보이는 가정환경에서 자녀들은 대체로 두려움의 감정과 어른(아빠가 화를 자주 내면 남자어른, 엄마가 화를 자주 내면 여자어른)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은 일반화되어서 자녀들이 사회생활에서 반드시 관계를 맺어야 하는 학교선생님, 대학의 교수, 직장의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매우 어려운 경험을 하게 만든다. 장미향과 장미꽃 모습을 따로 떼어내기 어려운 것처럼, 어른들과의 관계는 모두 힘들고 두려운 것으로 자녀들의 정서기억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신의 분노감정을 아무렇게나 표출하지 않고 올바르게 처리를 해 줄 때 자녀들도 이러한 정서기능을 익히고 장차 어떤 사람을 만나도 경직하거나 불안해 하지 않고 바깥에서 자신의 생각, 주장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정서적으로 강건한 자녀로 성장하게 된다.
분노조절은 기술이다. 기술은 배워서 익힐 수가 있다. 분노조절 웍샵은 커뮤니티 안에서 거의 무료로 참가가 가능한데 미주 한국인심리학회에서 오는 10월15일 어바인 베델한인교회에서 개최하는 아동, 청소년을 위한 정신건강 컨퍼런스에서 필자는 부모님들을 위한 분노조절 웍샵을 개최할 예정이다.
웍샵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www.kapaonline.org에서 찾을 수 있다.
문의 (213)234-8268
리처드 손 <하버드 카운슬링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