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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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11-08-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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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는 가수다’를 보았다.

늘 여유 없이 산다는 핑계로 어느 특정한 프로그램 하나 변변히 못 보고 사는 이유를 줄줄이 대는 자신이 삭막해 보인다.

그런 사람들에게 주말 지나면 화자에 오르는 그 프로그램은 가수라는 직업 말고도 노래 한 곡에 혼을 담는 열정이 보여 더욱 관심을 끈다.

단 몇 분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온 몸으로 영혼까지 울리는 퍼포먼스를 보면서 의기소침해지는 지금의 현실을 바꿔 보고픈 충동이 일기도 한다.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생존경쟁을 보며 덩달아 흥이 오른다.


히트곡은 있으나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이 노래 한 곡으로 부활하며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 음지 속에 비치는 작은 빛은 세상을 향한 희망이고 진한 절규인데 그 막을 뚫고 구구절절 뱉어내는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을 후벼 판다.

짧은 3~4분에 내 인생이 담겨 있고 그 무대 뒤엔 또 다른 경연이 기다린다.
노래 한 곡에 일주일을 자나 깨나 연습하고 자신을 쏟아 붓는다.

어느 하나에 혼신을 기울이는 모습은 곁에서 바라만 봐도 어깨에 힘이 솟는다.

긴 터널을 뚫고 세상에 나온 어느 가수의 노랫말 중에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날고 싶어”가 계속 입가에 머물며 자연스레 반복된다.

그 노래를 들으며 이민 와서 열심히 살아도 쉽게 보장되지 않는 미래와 궁핍이 우리들의 가장을 힘들게 하고 두 날개를 접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민생활은 어차피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며 사는 게 아니기에 앞만 보고 사는 지혜 밖에는 터득한 게 없다.

매 달 한 달씩 메워가며 사느라 어느 새 휘어진 허리 위에 지난 세월의 무게가 담긴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 큰 변화 없이 진행되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가장의 어깨 위에 놓여진 가족이란 부담은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늘 내일로 미뤄 놓는다. 섣불리 저지르는 모험에 온 가족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가장들이 주말이면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작은 도전을 받는다. 이번 주엔 인순이가 ‘아버지’를 열창했다.

엄마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항상 가족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우산인데 때론 큰 감사 없이 당연하게만 받아들인 경솔함이 없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비가 오나 바람 불거나 항상 그 자리에서 가족을 지키는 거목 같은 아버지를 회상하게 하며 아버지라는 이름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일일이 표현하지 못하고 힘겨워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온 가족의 짐을 짊어진 아버지에게 늦게나마 존경을 표한다. 가슴을 울린 나레이션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릴 적 내가 보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산이었습니다. 지금 제 앞에 계신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 새 야트막한 둔덕이 되었습니다. 부디 사랑한다는 말을 과거형으로 하지 마십시오...”

지금 현실적으로 힘들어 고개 숙인 모든 아버지에게 희망과 함께 소중한 가족 사랑을 일깨우는 이 노래를 감히 전해드리고 싶다. 가족은 세상의 그 어떤 성공보다 더 값진 선물이니까.

아버지의 숨겨진 고독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카니 정
콜드웰뱅키 베스트부동산(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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