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그’해도 되나요

2011-08-1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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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아주는 ‘허그’(Hug)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스포츠경기에서 승리를 했을 때 팀원들이 하는 허그는 기쁨의 절정이다. 아픔이나 슬픔을 위로할 때도 허그를 한다. 사랑표현의 시작도 허그에서 출발한다.

‘사지 없는 삶’의 닉 부이치치 대표에게 ‘허그’는 자신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껴안고 나아가 세상을 껴안는 의미다. 양팔이 없어 등을 토닥이며 격려해줄 수는 없지만 글로나마 진심을 전하고 싶어 펴낸 그의 저서 ‘닉 부이치치의 허그’는 깊은 마음의 포옹이다. 양팔이 멀쩡함에도 ‘허그’를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 나와는 달리 닉 부이치치는 양팔이 없어도 허그로 친해지고 싶어 한다. ‘허그’란 그런 거다.

요즘은 서로 안아주는 ‘허그’는 물론이고 누군가가 안아주려고 해도 빠져나가기 바쁘다. 안아줄 가슴도 없지만 안기고 싶은 마음도 없다. ‘허그’ 좋아하는 미국에 살면서도 고슴도치가 된 듯 가시를 곧추세우고 ‘허그 사절’이라는 표정을 짓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만남은커녕 알고 지내던 사람들까지도 멀어져간다. 인맥 쌓기가 아니라 인맥붕괴 일보직전이다.


소셜 네트웍에 의존해 폭넓은 인적 네트웍 형성을 시도해보지만, 온라인 인맥구축은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인맥과는 차이가 있다. 서로 안아주는 ‘허그’가 빠져서다. 열린 세상이 왔어도 인맥 쌓기 노하우는 변하질 않았다.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고, 진심을 다해야 좋은 인맥이 형성된다.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 앤 기브’를 해야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말도 듣는다.

사람이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하는 것 아닌가.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비슷비슷해서 누군가가 나를 의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그다지 반갑지 않은 존재가 돼버리기 마련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내세우는 ‘사람 욕심’은 ‘허그’ 없이는 충족이 불가능하다.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혀봐야 ‘허그’의 참뜻을 알 수 있다.

오는 10월 남가주 밀알 선교단이 주최하는 ‘밀알장애인장학복지기금 마련을 위한 밀알의 밤’에 닉 부이치치가 온다. ‘한계를 뛰어넘는 삶’을 강연하러 온다. 요즘처럼 한계를 실감하는 시기에 그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기다림이 되고 설렘으로 다가온다.

강연 중에 손을 들고 나와 ‘허그해도 되나요?’라고 묻고는 포옹하면서 그의 강연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고 했던 어느 소녀의 고백처럼 닉 부이치치의 강연이 자신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껴안고 나아가 세상을 허그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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