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18세기 다양한 작품 10만여점 소장
한국관은 해외 전시관으로는 최대 규모
‘페이지 박물관’엔 3만년 전 포유류 화석 전
너무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자주 찾지 않게 되는 곳이 있다. LA카운티 박물관(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은 LA 주민들에게 그런 곳이다. 미라클마일 윌셔 블러버드(Wilshire Blvd.) 선상 하우저 블러버드(Hauser Blvd.)와 페어팩스 애비뉴(Fairfax Ave.) 사이에 자리 잡은 LA카운티 박물관은 한인타운에서 운전으로 10~15분이면 도착한다.
해외 한국 미술 전시관으로는 최대 규모의 한국관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10만여 예술작품이 가득한 미 서부 최대의 예술박물관이다.
주말 하루 넉넉잡아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요즘은 특히 영화감독으로 잘 알려진 예술가 팀 버튼(Tim Burton)의 특별 전시회가 한창이다. LA카운티 박물관으로의 문화생활 나들이를 떠나봤다.
■ LA카운티 박물관 이모저모
윌셔 블러버드를 운전하다 보면 페어팩스 동쪽으로 화려한 가로수 등불이 모여 있는 작품을 발견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LA카운티 박물관의 상징이기도 한 ‘어반 라이트’(Urban Light)로, LA 자연사 박물관(LA Natural History Museum)이 서부 최대 과학박물관이라면, LA카운티 박물관은 서부 최대의 예술 박물관이라 하겠다.
총 9개의 건물로 이뤄진 LA카운티 박물관은 LA의 신진 예술가들은 물론 피카소와 고갱 같은 대가들이 남긴 작품을 소장하며, 유럽과 아시아, 중동에 이르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미술품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건물 별로 살펴보자면, 그랜드 앤트란스 옆에 위치한 애머슨(Ahmanson) 빌딩은 고대에서 18세기까지의 작품을, 앤더슨(Anderson) 빌딩은 근대와 현대미술을 관람할 수 있으며, 한국관이 자리 잡고 있는 해머(Hammer) 빌딩은 현대미술이나 사진작품을 기획전으로 전시한다.
스페셜 전시회가 진행 중인 레스닉 파빌리옹(Resnick Pavililon), 미국과 라틴 아메리칸 아트가 전시되는 아트 오브 아메리카 빌딩(Art of the America’s Building), 또한 동양문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일본관, 극장과 카페, 도서관 등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꼭 가봐야 할 곳들
1. 한국관
해머 빌딩에 자리 잡은 한국관(Korean Art) 해외 한국미술 전시관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입구에는 차분하면서도 품위 있는 한국의 격자무늬 창문, 고고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고려청자 등 소박하면서도 내실 있는 한국 문화의 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시관 옆쪽으로 확장 공사 중이니 새로워진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반길 한국관의 모습이 기대된다.
2. 어반 라이트
앞에서 언급한 LA카운티 박물관의 상징 어반 라이트는 사진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진촬영지이기도 하다. 202개의 빈티지 스트릿 라이트가 모여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불빛의 향연을 이룬다. 예술가 크리스 버든의 작품으로 도시적이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3. BCAM 옥상
BCAM이란 브로드 컨템포러리 아트 뮤지엄의 건물명으로 이 건물 3층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할리웃 사인까지 내려다보인다. 예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인 엘리베이터 라이드 역시 짜릿한 경험이다.
4. 어린이 갤러리
어린이들을 위한 갤러리(Boone Children’s Gallery)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매료시킬 아름다운 그림과 페인트, 아트 클래스가 가득하다.
5. 팀 버튼 스페셜 전시회
영화 배트맨(Batman)과 가위 손(Edward Scissorhands)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만화가, 예술가인 팀 버튼(Tim Burton) 전시회가 10월31일까지 펼쳐지고 있다. 영화감독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팀 버튼의 신문 만화와 광고, 애니메이션 카툰, 어린이 문학과 장난감, 사이언스 픽션 영화, 카니벌 사이드쇼, 퍼포먼스 예술 등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영화 제작을 위한 스케치 북과 컨셉 아트, 아마추어 필름도 선보인다.
6. 페이지 박물관
LA카운티 박물관 옆에 자리 잡은 페이지 박물관(Page Museum)은 약 3만년 전의 포유류 화석을 볼 수 있는 진기한 장소다. 이곳은 점성이 강한 액체 구덩이인 타르 피트(tar pit)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점성이 강한 타르에는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물을 마시려고 이 타르 연못에 들어간 짐승들이 타르에 엉켜 화석이 된 것이다.
페이지 박물관은 라브레아 타르 피츠에서 발굴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식물, 곤충 등 종류만도 200가지가 넘는 100만점 이상의 화석을 수집했는데, 박물관의 입구에는 타르의 점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타르가 가득 채워진 통에 꽂힌 쇠막대기를 뽑아보는 곳이 있으며, 박물관의 안쪽에는 타르를 제거하고 화석이 된 뼈를 추리는 과정을 공개하는 작업실도 있다.
또한 400점 이상의 늑대 해골을 통해 단일 종에서조차 일어났던 진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라브레아 피츠에서 발굴한 인간의 뼈대를 홀로그램으로 여인의 모습으로 복원한 곳도 구경할 수 있다.
<글·사진 홍지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