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또다시 ‘더블 딥’ 우려에 휩싸였다. 주택시장이 빠르면 올해 말 바닥을 칠 것이라는 연초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최근 다시 전망되자 더블 딥 우려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이 이미 더블 딥 상태에 빠졌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주택시장 회복시기에 대한 수정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주택시장 회복 신호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은 더블 딥 우려를 일축하고 있는데 주택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함을 반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택시장 바닥과 회복시기에 대한 각각의 전망을 살펴본다.
“더블딥 우려”“10~25% 추가하락” 비관론 대두
임대료·대도시 집값 상승은 긍정적 신호
결국 고용시장·차압매물이 회복 좌우할 듯
■바닥은 어디인가?
부동산 전문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9일 주택가격이 앞으로 5년 내에 10~25% 추가하락 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주택시장이 최장 20년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주택시장 낙관론을 경계했다.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의 창시자로 주택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러 교수의 이날 발표로 주택시장 안팎의 분위기는 얼어붙는 모습이었다.
실러 교수는 최근 발표된 실망스런 주택시장 지표를 근거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실러 교수는 모기지 원리금이 주택시세에 못 미치는 ‘깡통주택’ 비율이 늘고 있고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가 지속적인 하락세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인 점 등을 들며 주택시장을 진단했다.
실러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사적인 의견임을 밝히며 “최근 주택시장의 실적을 보면 주택가격이 앞으로 수년 내 10~25%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도 언급했다.
실러 교수는 또 주택 구입 희망자들의 수요 심리가 매우 낮은 점도 주택시장 회복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실러 교수는 “주택시장 사상 최대라고 할 수 있는 낙폭을 지켜본 소비자들의 수요심리가 현재 매우 위축된 상태”라며 “소비자들이 부동산 투자와 같은 장기 투자를 꺼리는 대신 주택 임대를 고려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역시 같은 날 주택시장 회복에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며 실러 교수의 전망을 뒷받침했다.
FRB는 이날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회의에서 “주택시장 회복을 위한 단기 해결책을 강구하기 힘들다”며 “회복을 시작하더라도 속도는 더디고 회복에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택시장이 아직도 침체 중임을 암시했다.
경제 비관론자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주택시장 더블 딥 론을 제시하며 주택시장 낙관론 차단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루비니 교수는 경제 회복이 더딘 것 외에도 연방 정부의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종료, 모기지 시장의 혼란 등으로 주택시장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주택구입 희망자들이 세제혜택 종료 전인 지난해 5월 이전 이미 주택구입을 완료해 이후부터 주택가격 하락이 불가피하고 은행들이 차압매물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하면서 주택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루비니 교수는 지적했다.
■회복 신호는 있나?
비관론이 주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부 발표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사가 최근 발표한 4월 주택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약 0.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종료된 후 처음으로 상승을 기록한 지수 발표에 업계는 현재 고무된 분위기다. 전년 동기 대비 4월 가격 지수는 아직도 약 7.5% 낮은 수준이지만 만약 숏세일과 차압매물 등 급매성 매물을 거래에서 제외시킬 경우 하락폭은 약 0.5%로 낮아져 일반 매물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 속도 이미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치 조사업체인 클리어 캐피털의 발표도 고무적이다. 클리어 캐피털이 발표한 올 1분기 주택가격은 전 분기보다 약 2.3% 하락했지만 전 분기에 발표된 하락률의 절반 수준으로 주택가격의 하락폭은 줄고 있음을 보여줬다.
알렉스 비아코타 클리어 캐피털 디렉터는 “주택가격 하락폭이 겨울철 큰 폭의 하락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는 소식도 주택시장에는 긍정적이다. 임대료 상승이 지속될 경우 다시 주택구입을 희망하는 비율이 늘 것이라는 기대다. 콘도미니엄, 타운하우스 등 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주택 수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책 모기지 은행인 패니매가 세입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임대 희망률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이사 때 주택 임대를 하겠다고 답변한 비율은 올 1분기 54%로 지난해 여름 최고 59%에서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알토스 리서치가 내놓은 지난 5월 주택가격 발표도 긍정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5월 중 26개 대도시 가운데 뉴욕과 라스베가스만 제외한 24곳의 주택가격이 전달보다 상승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한 도시는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샌호제 등으로 조사됐다.
여름방학 철을 앞두고 주택을 구입하려는 일시적 수요증가 현상에 따른 가격상승 효과라는 분석에도 마크 플레밍 코어로직 수석연구원은 “5월 주택가격 상승 소식이 주택시장이 반전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를 희망한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제시했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의 짐 해밀턴 전 회장은 “주택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에서도 전보다 많은 주택 구입 희망자들이 주택시장 주변에 대기 중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주택시장이 회복되려면?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의 미래와 차압 매물 처분속도가 주택시장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우선 고용시장의 분위기는 주택시장 회복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하다.
하락할 것으로 기대됐던 5월 중 실업률이 예상을 깨고 9.1%로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며 경제는 물론 주택시장을 위축시켰다. 고용시장 상황이 개선된다면 현재의 낮은 주택가격의 영향으로 주택 수요심리를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 고용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차압매물 처분속도에 따라서도 주택시장의 회복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 중이다. 현재 약 600만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연체 및 차압주택의 처분속도와 가격 할인폭이 주택시장 회복시기와 회복률을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폴 데일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연구원은 “은행이 차압매물 처분을 향후 2~3년에 나눠 실시한다면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일은 없으며 빠르면 2014년부터 주택가격이 서서히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데일 연구원은 또 현재 주택가격이 가구 소득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으며 주택 수요심리에 대한 모티브만 제공되면 주택시장이 회복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