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하락으로 주택 구매능력 지수가 큰 폭으로 향상됐다.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의미하는 지수는 주택가격 거품 이전인 2003년도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연일 전해지는 주택가격 하락 소식이 계절적 성수기인 여름방학철을 앞두고 주택 구입 수요를 억제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발표된 올 1분기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한해 전에 비해 4% 하락한 것으로 조사돼 주택가격 더블딥 우려를 현실화 시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현재 주택가격은 2006년 정점 대비 약 33% 하락한 수준인데 이는 1920년대 대공황 시절의 낙폭을 능가하는 것으로 주택시장의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은 지를 보여준다.
주택시장 상황이 이처럼 불안한 반면 주택구입 여건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주변 여건을 살펴보면 지금이 바로 주택 구입 적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바닥권에 진입한 주택가격, 세대수 증가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전망, 낮은 모기지 이자율, 주택 임대료 상승세 등 주택시장 회복을 위한 동력이 마련되고 있는 점이 이같은 진단을 뒷받침 한다. 주택가격이 상승 탄력을 받기 전인 지금이 바로 주택 구입에 가장 적합한 시기로 주택 구입에 나서도 좋다는 설명이다.
모기지 이자율 50년래 가장 낮게 떨어져
구매지수‘거품’이전 수준·재고도 감소 전망
임대료는 상승세… 5년내 안 팔거면 구입 무방
■주택 구입 적기 신호들
주택가격이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던 2006년 당시 주택시장에는 활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으로 팽배했다. 하지만 금융권 위기로 촉발된 주택시장의 침체에 주택가격은 한순간에 꺼지기 시작하더니 아직도 하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최근 발표된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에 따르면 현재 주택가격은 2002년도 수준에 이르렀고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은 90년대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우울한 지표 가운데서도 바로 지금이 주택 구입 적기임을 보여주는 신호가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우선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것. 6월 둘째 주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의 전국 평균은 약 4.49%로 하락행진을 이어갔다. 집계를 담당하는 프레디맥에 따르면 5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택 융자 대출자격만 갖추었다면 주택 구입에 더없이 좋은 시기가 찾아 왔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주택 구입 여건이 수년래 최대폭으로 개선중인 점도 주택 구입 적기로 여겨지는 요인이다. 무디스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15년 평균(2010년 기준)보다 약 21% 낮은 수준이다. 주택가격이 비교적 낮았던 직전 15년(1989~2004년) 평균과 비교해도 약 13%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시장 침체로 가구 소득 증가가 더디지만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주택 구입 여건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현재 과잉공급 상태로 진단되는 주택 재고도 머지않아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무디스의 전망에 따르면 주택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급매성 매물에 대한 거래가 2013년 가을부터 제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기간 신규주택 공급이 현재의 낮은 수준에 그친다면 주택 재고 물량이 감소하면서 주택가격의 소폭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존 번스 부동산 컨설팅사에 따르면 지난해 빈집의 숫자는 약 1,500만채로 정상 수준보다 약 310만채 과잉공급 상태였다. 주택시장이 회복을 위해서는 과잉공급 물량이 해소돼야 하며 머지않아 이같은 기대가 실현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주택 구입 여건 최상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본 주택 구입 여건이 지속적으로 개선중이다.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최근 주택 구매능력 지수가 주택시장 거품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전국 380개 대도시의 주택 구매능력 지수를 조사한 결과 약 3분의2 이상의 지역에서 지수가 거품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주택 구매능력 지수는 중간 가구소득 대비 중간 주택가격의 비율로 지수가 낮을수록 주택 구입자들의 구매 능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3년부터 주택시장에 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결국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당시의 ‘집을 살만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직 많은 전문가들이 주택가격이 향후 1~2년간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 기간에 주택 구입보다 임대를 선택하는 가구가 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임대료 상승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주택 구입 수요가 임대 수요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디스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시카고,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올랜도 등의 지역은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임대보다 비용이 저렴하며 달라스, 라스베가스, 새크라멘토 등도 현재 추세대로라면 곧 주택 구입이 임대보다 유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2~3년내 상승 걸림돌 해소될 것”
■구입 후 장기 보유해야 혜택
주택시장의 단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불투명한 고용시장 전망과 높은 차압 매물 비중으로 인해 주택가격의 추가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들이 향후 2~3년 동안 제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주택을 구입해 2~3년 내에만 처분하지 않으면 이후부터는 가격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앤소니 샌더스 부동산 금융학과 교수는 “향후 2~3년간 주택시장의 급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후 주택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가 현재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구입한 주택의 가격이 앞으로 2~3년간 더 떨어진다고 해도 이후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태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주택 보유에 따른 여러 혜택이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일부 보상해 주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이상 보유할 계획을 갖고 지금 집을 사더라도 무리한 결정으로 볼 수 없다.
우선 모기지 이자분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은 주택 보유에 따른 가장 혜택이다. 최근 주택 임대료의 가파른 상승으로 임대료 부담이 날고 커지고 있는 것도 주택 구입이 유리한 이유다. 임대료가 높은 지역의 경우 주택 구입에 따른 비용이 임대료보다 오히려 낮기 때문이다. 또 주택 보유기간에 축적되는 자산으로 노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주택 구입의 장점이다.
■주택 수요 증가 전망
주택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규 세대수가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한해 신규 형성된 세대수는 약 95만세대이며 향후 10년간 연평균 약 120만세대가 해마다 신규로 형성될 전망이다. 임대든 구입이든 세대가 늘어나면 주택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택 시장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세대수는 2005년 한 해에만 약 200만세대가 신규 형성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였으나 경기 침체 여파로 2008년에 한 해 동안 형성된 신규 세대수는 약 58만세대로 급감한 바 있다.
최근의 세대수 증가 추세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세대인 에코 베이비부머 세대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 때 대학 졸업을 늦추거나 룸메이트 또는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세대수 감소를 부추겼던 에코 베이비부머들이 경제회복 조짐과 함께 다시 독립을 선택하며 세대수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에는 긍정적이다. 베이비부머 1세대가 65세로 접어든 올해부터 이들에 의한 주택 수요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대형 주택보다는 소형 주택시장에서 수요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도웰 마이어스 USC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택시장에 전면 등장하며 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는 줄고 소형 주택의 수요가 증가하는 등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용시장 회복지역 집값 상승세
주택시장의 회복은 전반적인 경제회복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도 고용시장 개선에 따른 가구 소득 증가가 실현되어야 주택 구입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게 된다. 하지만 현재 고용시장 전망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5월 신규 고용은 약 5만4,000개로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지역적으로 고용시장 회복에 힘입어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달라스의 경우 지난 12개월간(올 4월 기준) 약 8만3,100개의 일자리를 추가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빠른 고용시장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에 따른 인구 유입으로 주택 구입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워싱턴 역시 고용이 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1년간 약 2만5,7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난 워싱턴 지역의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월 및 전년 대비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