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혹은 연휴를 맞이할 때마다 싱글들의 마음은 설렘 반 부담 반이다. 이번 주말은 또 무엇을 하며 쓸쓸하지 않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실 남편과 아내, 자식들이 있으면 굳이 특별한 이벤트 없이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절대로 ‘초라하지’ 않게 주말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20대 후반, 혹은 30세를 훌쩍 뛰어 넘어버린 싱글들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주말마다 거창하게 여행을 가거나 파티를 할 수는 없겠지만 싱글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재미있고 보람 있는 주말을 보내야 ‘화려한 싱글’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주말에 방바닥이나 긁고 있는 ‘외롭고 초라한 싱글’로 전락하기 일쑤니. 주말을 맞이하는 싱글들의 자세는 그 누구보다도 주도면밀하며 치열하기까지 한 것이다.
남가주에 거주하는 싱글 한인 여성 오세영(29)·이은정(28)씨가 화려하고 보람 있는 주말을 보내기 위해 라구나비치 나들이를 제안했다. 아름다운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스패니시 브런치로부터 시작해 인근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의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디저트로 마무리되는 이들 여성들의 주말 나들이를 살짝 들여다봤다.
브런치 부페 명소‘라스 브리사스’필수 코스
집에 오는 길엔 마쑤와 마켓서 일본식 라면
■ 라구나비치
세리토스에 거주하는 오세영·이은정씨가 화창한 토요일을 맞아 선택한 나들이 장소는 남가주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라구나비치.
일단 세리토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것도 이유지만 일반 해안가와는 달리 아트 갤러리와 다양한 부틱, 아기자기한 기프트샵 등이 위치해 바닷가 물놀이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아트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라구나비치 골목골목에 위치한 갤러리를 하나하나 둘러보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1. 라스 브리사스
흔히 라구나비치 하면 ‘라스 브리사스’(Las Brisas) 레스토랑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 정도로 유명한 식당으로 이곳의 브런치 부페는 라구나비치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각종 오믈렛과 타코는 물론 고기와 생선요리가 가득하다.
운이 좋으면 바닷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브런치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반 메뉴를 더 선호한다는 그녀들은 라임과 망고가 들어간 상큼한 소스와 부드러운 시 배스(Sea Bass)가 들어간 세비체(Ceviche·샐러드의 일종), 치킨 타말레(Tamale), 샤도네 마늘소스로 맛을 낸 스캘럽 요리를 즐겼다.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 경치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브런치였다.
라스 브리사스에서 라구나비치 나들이를 시작하기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완벽한 ‘로케이션’ 때문이다.
이곳은 말 그대로 라구나비치 해변이 시작되는 요지로, 라스 브리사스에서 맛깔스러운 식사를 한 뒤 식당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로 해변으로 연결이 된다.
•가격: 브런치는 성인 33달러 12세 이하 아동 16달러로 비싼 편이지만 꼭 한 번 먹어볼 만하다.
•주소: 361 Cliff Drive
•전화: (949)497-5434
•자세한 정보: lasbrisaslagunabeach.com
남가주의 대표적인 휴양지 중 하나인 라구나비치는 벌써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이곳은 볼거리, 먹을거리가 넘치고, 예술작품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갤러리, 카페 돌고 비치선 발리볼 즐겨
■ 해변 & 아트 갤러리
브런치를 마친 뒤에는 해변을 거닐면서 소화를 시키면 ‘딱’이다.
라구나비치는 라이프스타일 잡지 ‘선셋 매거진’이 선정한 미 서부 최고의 해변으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해변에는 농구 코트와 비치발리볼 네트 등이 설치돼 있어, 주말마다 다양한 해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라구나비치는 또한 아름다운 집들로 유명하다. 찰리 채플린과 베티 데이비스, 루돌픈 발렌티노, 미키 루크 등과 같은 많은 할리웃 배우들이 거주했던 이곳은 OC를 대표하는 부촌으로서 화려하면서 아름다운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그냥 드라이브를 즐기며 집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라구나비치는 남가주를 대표하는 예술타운으로서 아트 갤러리, 다양한 부틱이 위치,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은정씨와 세영씨는 곳곳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샵과 갤러리를 구경하며 오후시간을 보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한적하게 길을 걸어 다니며 아트 갤러리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들은 특히 핑크색 컵케익 전문점인 ‘케이시의 컵케익’(Casey’s Cupcakes) 집을 발견한 것을 이 날의 최대 수확으로 여겼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예쁜 컵케익은 물론, 열쇠고리와 귀여운 앞치마 등 여성들이 열광할 만한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라구나비치에서 조금만 가면 아름다운 바다 광경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는 크리스털 코브 스테이트 팍 산책로가 자리 잡고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높게 자란 팜트리, 그 아래 해변 절벽 위에 자리 잡은 호텔들, 리조트들, 캘리포니아식 조경과 고급 주택들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낸 멋진 캘리포니아 해변의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크리스털 코브는 해변을 따라 절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게 길이 잘 조성이 되어 있으며, 길 곳곳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한편 라구나비치는 해마다 7~8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남가주 최대 예술축제인 ‘소더스트 아트 페스티벌’(Sawdust Art Festival) 등과 같은 이벤트를 개최한다.
인근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가슴 설레게 만들고 있다.
•자세한 정보: www.lagunabeachinfo.com
■ 사우스코스트 플라자 &
미쑤와 마켓 플레이스
라구나비치 구경을 대강 마쳐 슬슬 다리도 아프고 지칠 때 쯤 인근 사우스코스트 플라자(South Cost Plaza)와 미쑤와 마켓 플레이스(Mitsuwa Marketplace)로 이동했다.
코스타메사에 위치한 사우스코스트 플라자는 OC를 대표하는 대형 몰.
샤넬 매장까지 입주한 남가주 초호화 블루밍데일과 색스 핍스 애비뉴, 메이시스, 노스트롬 등의 백화점이 자리 잡고 있으며, 로데오 거리 뺨칠 만큼 다양한 명품 브랜드 들이 입점해 있다. 총 280개의 부틱과 30개의 레스토랑, 4개의 아트 베뉴가 자리 잡고 있으니 여성들의 ‘눈요기’를 위한 최고의 장소임에 틀림없다.
윈도샤핑을 즐기며 최신 유행 트렌드를 익히다 ‘지름신’이 강림할 때쯤에는 재빨리 인근 미쑤와 마켓 플레이스로 이동하는 것이 상책이다.
아기자기한 일본 과자와 카스텔라, 단팥빵, 젤리 등을 맛볼 수 있는 미나모토 키초안(Minamoto Kitchoan)은 오세영씨와 이은정씨의 단골가게. 또 마켓 안 푸트코트에서는 일본식 도시락과 패스트푸드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특히 미쑤와 인근에는 유명 일본식 라면집인 ‘코류’가 위치하는데, 일본 사람들이 손꼽는 OC 최고의 일본 라면집이다.
라스 브리사스에서 서양식 음식으로 브런치를 먹어 오리엔탈 음식이 생각났던 세영씨와 은정 씨는 코류의 매운 미소라면과 매운 야채라면으로 이른 저녁을 해결했다.
▲사우스코스트 플라자
•주소: 3333 Bristol Street Costa Mesa, CA
•전화: (714)435-2000
•웹사이트: www.southcoastplaza.com
▲미쑤와 마켓 플레이스
•주소: 665 Paularino Ave. Costa Mesa, CA
•전화: (714)557-6699
•웹사이트: www.mitsuwa.com
■ 마무리-디저트
저녁을 먹은 뒤에는 하루를 우아하게 마감할 수 있는 근사한 곳에서의 디저트와 차 한 잔을 찾아간다.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에는 분위기 좋으면서도 우아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꽤 많다.
많은 한인들이 식사 이후 디저트를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신세대 젊은이들에게는 디저트 시간이야 말로 그 날의 나들이를 총 정리하는 가장 주요한 단계다.
세영씨와 은정씨는 빨간색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식당 ‘앤키’(Anqi)를 찾아 향기로운 넌(none) 알콜음료인 베리 모히토와 부드러운 크램 블레(Creme Brulee), 요거트 맛의 상큼한 셔벳을 즐기며 즐거운 수다(?)로 하루를 마감했다.
라구나비치와 뉴포트비치, 사우스코스트 플라자 인근에는 저녁식사 역시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하이-앤드 레스토랑도 즐비하다.
하지만 부담 없는 친구들과의 저녁식사로는 조금 버거우니 주의해야 한다.대부분 제대로 배불리 먹으려면 한 사람당 50~60달러를 호가하는 식당이 많은데, 음식이 스타일리시 하고 훌륭하긴 하지만 양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분위기 있는 식사는 ‘제대로 된’ 데이트를 위해 아껴두는 것도 센스라고 할 수 있다.
라구나비치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라스 브리사스. 아름다운 해변과 맛깔스러운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브런치 부페가 특히 유명하다.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에 위치한 앤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우아한 식사와 디저트, 음료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의 양이 매우 적으니 질보다 양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주의할 것.
홍지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