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밋빛 vs 잿빛… 엇갈리는 주택시장 전망
융자시장의 신용 경색, 급매성 매물에 대한 공급 과잉, 더딘 실업률 회복 속도. 세가지 화두는 주택시장의 현주소이자 회복을 위한 선결 과제이기도 하다.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주택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주택 가격 하락은 아직도 진행형으로 8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코어로직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대비 약 7.5% 추가 하락했다. 주택시장의 미래를 압박하는 급매성 그림자 매물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우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 대출금이 주택 시세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 주택’의 비율이 28.4%로 늘어났다. 코어로직사에 따르면 현재 모기지가 연체 상태이거나 차압 절차를 밟고 있는 주택도 무려 약 180만채에 달해 주택 시장 회복을 짓누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일부 기관에서 희망적인 전망을 서서히 내놓기 시작했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올해로 종료하고 주택 수요가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반가운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낙관론과 비관론을 짚어 본다.
최근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최근 실업률 회복세가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해 빠르면 올해 말 주택 시장 침체가 종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용시장·소비자 신뢰회복에 기대
전국 34개 마켓은 이미 가격상승
“가격 더 내려가야 수요 살아날 것”
향후 18개월간 7% 하락 전망도
■장밋빛 전망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 산출을 주관하는 파이서브사의 데이빗 스티프 수석 연구원은 “드디어 주택시장 회복의 불씨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늦어도 올해 말부터 주택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최근 단언했다. 최근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는 고용시장과 소비자 신뢰도 회복이 주택시장 전망에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이 스티프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방준비제도(FRB)는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내년 실업률이 약 7.6~7.9%로 올해 예상치(8.4~8.7%)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 역시 최근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지난달 소비자 신뢰지수는 전월 고용시장 개선세를 반영하며 전문가들의 당초 전망치인 70을 웃도는 72.4를 기록하며 2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주택시장 낙관론자들은 실업률 회복세가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티프 연구원은 “주택시장 회복을 위한 펀더멘탈이 개선되고 있고 주택 가격이 주택시장 침체 전 수준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회복되고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보고서에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153개 주택시장 중 34곳에서는 이미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서브와 무디스 이코노믹스사는 주택 가격이 올해 전반기에 약 3% 추가하락 후 3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3분기가 그동안 주택 시장을 위협했던 주택 가격 ‘더블 딥’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기관에 따르면 주택 시장 침체가 극심한 네바다,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이른바 ‘선벨트’ 지역의 주택시장도 2012년 말이면 가격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전망됐다.
■우울한 전망
주택시장 회복까지 아직 갈길이 멀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주택시장 조사기관 로컬마켓모니터(LMM)의 잉고 윈저 대표는 “선벨트 지역에 현재 나와 있는 주택 매물 재고를 해소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주택시장 단기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했다.
경제연구기관 메레디스위트니 자문그룹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그룹은 주택 가격이 향후 18개월 간 약 7~8%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주택시장 회복시기를 늦췄다. 모건 스탠리 역시 최근 주택시장 가격에 대한 당초 전망을 수정하며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 스탠리는 주택 가격이 올해만 약 6~11%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기관들은 주택 구입자에게 제공된 세제 혜택 프로그램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 터져야 했던 ‘곪은 부위’가 세제 혜택 프로그램 시행이라는 임시적인 처방 덕택에 사라지지 않고 주택시장에 여전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서브의 스티프 연구원은 “세제 혜택안은 주택 수요를 일시적으로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현실적으로 조정되는 데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결국 주택 가격이 구입자들의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되는 데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정부의 실책을 꼬집었다.
급매성 매물 거래를 포함하는 코어로직사의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주택 가격은 주택 가격이 최고조로 여겨지는 2006년 4월 대비 약 35% 하락한 상태다. 반면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기관들은 같은 기간에 주택 구입자들의 소득이 줄거나 제자리 걸음으로 주택 수요를 자극하려면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혜택이 주택 실수요자에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주택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실수요자보다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주택시장에 뛰어들면서 필요한 가격 하락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캠벨 서베이사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주택 거래 중 약 3분의1이 투자자들에 의한 구입으로 첫주택 구입자들이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혜택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와일드 카드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고용시장 상황이 개선되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대학 졸업자나 실업자들의 취직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주택 구입에 대한 수요가 살아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풀어져만 가는 급매성 주택 매물도 주택시장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적된다.
현재 약 600만채로 추정되는 그림자 재고 물량이 주택시장에 일시적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는 더욱 힘들어 진다.
스티프 연구원은 “은행들의 그림자 매물 처분 시기와 공급량이 주택 시장 회복 시기를 좌우한다”며 “단기간에 그림자 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올 경우 주택 가격 ‘트리플 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만약 은행이 그림자 매물 처분작업을 적어도 3~4년간 걸쳐 진행한다면 고용시장 개선에 필요한 시간이 마련돼 주택시장에 큰 충격없이 그림자 매물이 적절히 소진될 것이라는 것이 스티프 연구원의 제안이다. 모기지 이자율 추이에 따라서도 주택시장 회복 전망이 엇갈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급격한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침체가 단기간 내에 종료되더라도 급격한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반응이다.
잉고 윈저 LMM 대표는 “주택 가격이 이미 바닥을 친 지역들도 가격이 단기간 내에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과거 10년 동안 이뤄진 주택 가격 상승은 비정상적으로 향후 주택 가격 회복이 이뤄지더라도 연간 약 2~3%의 상승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주택 가격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의 비관론자들은 정부의 세제혜택 프로그램을 이유로 들고 있다. 정부의 실책으로 가격하락 기간만 연장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준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