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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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인식

2011-05-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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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옛날에 두 아들을 둔 김 첨지가 살았다.
첫째 아들을 얻은 부모는 너무 귀여워하며 모든 응석을 받아주었고 그 아들은 자라며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했다.

그에 반해 둘째 아들은 부모에게 걱정을 끼칠 일도 하지 않고 말을 잘 들었으며 늘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아들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며 큰아들은 충동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각인되어 하는 행동마다 역정을 듣는 것이 일반이었다. 조용한 성격의 둘째는 부모 마음에 드는 행동으로 부모에게 믿음을 주었고 무엇을 해도 착하고 속이 깊다며 칭찬을 듣는 것이었다.


첫째는 어느 날부터인가 동생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무슨 행동이 효자 행동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자신도 부모에게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며칠 동안 동생의 행동을 관찰했다. 형이 가만히 살펴보니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아버지의 구두를 앞을 향하게 가지런히 놓는 것이라든가 추운 날씨에 윗저고리를 입으실 때 선듯함을 느끼지 않도록 자신이 먼저 입어서 덥혔다가 아버지께 권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쯤이야 별로 힘이 드는 일도 아니니 다음날부터 효도를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을 덥히려고 쓰윽 아버지의 윗저고리를 집어 입자 아버지와 엄마가 놀라 소리를 치며 이제는 아버지의 옷까지 마음대로 입느냐며 빗자루로 때리며 옷을 벗기고 내쫓았다. 이야기의 초점은 효도도 효자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란다.

난 이야기를 들으며 늘 첫째가 마음에 걸렸다. 첫째 아들의 변하고 싶어 하는 진정성을 왜 아무도 옹호해 주지 않는 것일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똑같이 좋은 마음으로 행동하려 했다가 진심이 왜곡되어 오히려 매만 맞고 쫓겨나는 심정을 가진 사람 쪽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물론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있고 사람들은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기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이 이루어지기 전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저런 모습으로 변화하게 마련이다.


부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늘 자녀가 노력하는 태도를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하는데 부모들도 자신들에게 한번 각인된 자녀에 대한 이미지로 늘 평가한다.

장애를 가진 자녀에게 있어서는 늘 불쌍하고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평정심을 잃고 무조건 도와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뭔가 스스로 할 능력이 없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작은 성공을 통해 자녀가 필요로 하는 긍정적인 칭찬의 기회를 놓이곤 한다.

장애 자녀의 성공적인 성장과 교육에는 부모의 올바른 인식을 제1 조건으로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듯이 장애를 극복하고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위해서는 먼저 장애를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장애로 인해 할 수 없는 일들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교육을 위해 중요하다.

그러고 나서 늘 아동의 노력에 새로운 마음으로 바라봐 주고 기대하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첫째 아들이 어느 날 변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새로운 시도를 하듯이 자녀들도 자라며 어느 순간 새로운 마음이 생기고 뭔가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행동이 예측하지 못한 것이고 결과가 기대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나타나더라도 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변화만으로도 격려를 받아야 하고 칭찬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정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부모의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이상으로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


김효선
<칼스테이트 LA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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