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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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자객 (13 Assassins)

2011-04-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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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혈낭자한 정통 사무라이극

13인의 자객 (13 Assassins)

신자에몬(오른쪽)이 떼지어 공격하는 검객들과 맞서고 있다.

★★★½

피가 흥건하고 끔찍하고 잔인한 엽기영화의 전문 감독 타카시 미이케의 정통 사무라이 영화로 대규모의 서사 액션극이다. 거침없는 대가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튼튼하고 칼부림 액션이 작렬하는 작품으로 안팎으로 실팍한 무게와 장엄미를 지녔다.

중간 부분이 약간 느린 것을 빼곤 모든 것이 잘 짜여진 시대극으로 대혼전의 칼부림 액션 중에도 극중 인물들을 뚜렷하게 묘사하면서 얘기를 질서정연하게 이끌어간 분별력 있고 일사불란한 연출력이 훌륭하다. 물론 목이 날아가고 피가 사방으로 튀지만 미이케는 유혈과 폭력을 상당히 자제하고 있다.


쿠로사와의 ‘7인의 사무라이’를 연상케 하는데 특히 장관 중의 장관인 마지막 30여분 간의 대규모 칼부림 전투가 ‘7인의 사무라이’의 클라이맥스 혈전을 생각나게 한다. 1963년작 동명영화의 리메이크다.

1844년. 쇼군이 지배하던 봉건제도 시대의 일본. 쇼군의 젊은 동생으로 잔인무도한 나리추구 마추다이라(고로 이나가키)에 의해 딸이 겁탈 살해당한 귀족이 할복자살한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나리추구의 만행을 참아온 쇼군의 고위관리 도이가 존경 받는 사무라이 신자에몬 시마다(베테런 코지 야쿠쇼-‘바벨’과 ‘게이샤의 추억’에 출연)를 고용, 나리추구를 암살하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신자에몬이 상대할 적은 나리추구의 오른 팔로 자신의 오랜 친구인 한베이 키토우(마사치카 이치무라).

신자에몬은 이어 자객들을 모집한다. 도박꾼인 자기 조카 신로쿠로(타카유키 야마다), 충실하고 강직한 제자 히라야마(추요시 이하라), 선불을 요구하는 나이 먹은 사하라(아라타 후루타) 그리고 사무라이가 아닌 떠돌이로 막대기로 칼을 대신하는 코야타(타카유키 야마다) 등이 모인다.

마지막 대혈전은 신자에몬 일행이 온갖 부비 트랩을 설치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다. 적의 수는 200명. 박력 있고 힘차며 치열한 액션이 장시간 이어지는데 칼부림이 사나우면서도 우아하다. 이 유혈 낭자한 대혼전 중에 사무라이를 조롱하는 걸인 같은 행색의 코야타의 어릿광대식 유머와 악마 같은 나리추구의 블랙 유머를 섞어 넣어 숨 가쁜 액션에 쉼표를 매기고 있다.

그리고 사무라이를 우습게 아는 코야타를 통해 맹목적으로 명예와 복종을 고집하는 사무라이 규약을 비판하고도 있다.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의상과 음악도 다 훌륭하다. R. 뉴아트(310-281-8223), 사우스코스트 빌리지(714-557-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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