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래의 춤에 대한 논란

2011-02-28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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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옛말에 한참 울다가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 격이란 말이 있고 싸우다 보면 흔히 원래의 목적을 잊고 다른 것을 가지고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강의를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문헌을 뒤지고 한참을 생각해 적절한 예를 들어 설명을 해도 절반정도의 학생들은 뒷북을 친다. 요즘 교육의 현장에서 한참 유행하는 것이 관찰과 평가를 통해 얻은 자료에 근거해 교육목적을 정하고 학문적 실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교육방법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교육정책이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실질적으로 평가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연습을 해봐도 평가는 평가대로 하고 결과보고는 평소 보고 느낀 것으로 따로 하는 학생들이 허다하다.


한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던 케네스 블랜차드(Kenneth Blanchard)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의 열풍에 갑자기 칭찬이 사람을 망치게 한다는 말로 찬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칭찬을 너무 많이 함으로써 아이들을 의존하게 만들고 창의적인 도전의식을 무력화하기 때문에 가만히 지켜보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었다.

미국 교육의 문제점의 하나가 칭찬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라며 미국 전체의 교육까지 운운하며 비판하기를 서슴치 않았다. 이런 저런 말을 듣다보니 교육자들의 서로 상반된 글을 대하는 부모는 자녀 교육의 어려움을 더욱 실감하게 될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그 두 의견의 차이는 핵심을 짚지 못하는 데서 오는 말이다. 칭찬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도 없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다. 칭찬 차제가 나쁜 것이 아니라 칭찬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방법의 문제이고 잘못된 것을 지적할 때도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질책 또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칭찬과 질책은 둘 다 중요한 세 가지 법칙이 있다. 그 세 가지를 지킬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칭찬은 바람직한 행동을 계속하기를 원할 때 하는 것이고, 질책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중지하기를 바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칭찬을 할 때는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첫 번째 법칙이다.

두 번째 법칙은 칭찬할 만한 일을 했을 때 즉각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칭찬받을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서 칭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참 지나서 칭찬을 하면 기억도 어렵고 시큰둥해져 좋은 행동을 계속 더 많이 하도록 하는데 별 효과가 없다.

예를 들어 남편이 설거지를 도와주었고 그 행동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기를 원하면 자녀들 앞에서 설거지가 끝나는 순간에 바로 “설거지를 도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즉각적으로 칭찬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질책도 칭찬과 비슷하게 세 가지 법칙이 있는데 칭찬과는 반대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다. 칭찬이 많은 사람 앞에서 할수록 좋은 것과는 반대로 질책은 따로 혼자 조용히 불러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 제 1 법칙이다.

두 번째로 질책은 짧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야단을 칠 때는 길게 훈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목적인만큼 아주 짧게 핵심만을 전달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칭찬이 즉각적인 것과는 반대로 질책의 중요한 세 번째 법칙은 질책을 해야 하는 행동에 대한 자료를 어느 정도 수집한 후에 질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책의 법칙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특히 세 번째 법칙이 어쩌면 가장 힘들지도 모른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한번 머리 속에 박히면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보다는 한번의 실수에도 “너는 늘 그래”라고 즉각적인 질책이 입 밖으로 바로 튀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효선
<칼스테이트 LA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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