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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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그레잇넥 사우스 중학교 6학년 구유정 양

2011-02-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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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영원한 팬(Fan)인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글쓰기에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원천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구유정(12·미국명 애쉴리·그레잇넥 사우스 중학교 6학년)양.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글쓰기에 남다른 재주가 있음을 발견하게 해 준 지도교사 덕분에 이후로 꾸준히 갈고닦아온 실력을 발휘해 작가 생활을 하고픈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를 돈 버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나름의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정작 장래 희망은 국제변호사다.

글쓰기 재주와 실력은 맥도널드사가 올해 트라이스테이트에서 첫 개최한 제1회 어린이 에세이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1등에 당선되면서 입증됐다. 덕분에 첫 도전한 에세이 대회에서 자신감까지 얻었다. 수상작 제목은 ‘못난 손(Ugly Hands)’.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언제나 가까이에서 깊은 사
랑을 베풀어주는 자신의 할머니란다


.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손을 볼 때마다 늘 인자하고 부드러운 마음과 달리 손마디는 왜 그리 거친지 늘 궁금했었고 조금씩 커가면서야 그 뒤에 숨겨진 아픔을 알게 됐다고. 첫 대회의 주제가 아메리칸 꿈을 이뤄가는 가정의 감동 스토리를 다루는 것이었던 만큼 지금의 자신과 비슷한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동생들을 보살피면서 전쟁까지 겪어야했던 할머니가 미국에 온 뒤 수많은 고생을 이겨내며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어린 손녀딸의 시각에서 감동스럽게 풀어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친가에는 친할머니가, 외가에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까지 두고 있어 조부모의 사랑도 또래 친구들보다 몇 배 더 많다는 자랑이 이어졌다. 어릴 때와 달리 영어가 점점 편해지면서 한국어만 사용하게 되는 조부모와의 대화가 때론 벅차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세대차이나 문화적 격차는 전혀 느끼지 못한단다. 다만 이제 한창 다이어트에 신경 써야 할 나이가 되어 가는데도 자꾸 ‘많이 먹으라’고 하는 것이 작은 불만이라면 불만.
그토록 사랑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신과 함께 있을 시간이 무한정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틈날 때마다 조부모의 품안으로 찾아들게 된다며 제법 어른스러움을 보였다. 교인(퀸즈장로교회)들과 너싱홈을 다니며 삼고무 공연으로 노인봉사에 열심인 것도 조부모와의 사랑이 바탕이 됐다.

미국 음식은 소화가 잘 되지 않지만 한국음식은 하루도 거를 수 없어 식성만큼은 골수 한국 토박이가 됐고 덕분에 한국인이란 사실을 늘 자랑스럽게 느끼며 살아오게 된 것도 조부모에 감사할 일이라고. 글쓰기와 함께 말하기도 좋아해 영어 과목에도 자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무척 즐기다보니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바이얼린 연주자로 학교 오
케스트라에서 활약하고 있고 어릴 때부터 다져온 수영 실력도 탁월한 수준.
학교에서는 글쓰기 클럽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국제변호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한국어 실력을 더욱 다져 한국어로도 글쓰기 실력을 쌓아가는 동시에 서반아어와 중국어 등 다국어 구사자의 면모도 갖추고 싶다는 야무진 목표도 세워놓고 있다.

조부모와 더불어 자신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인물은 바로 부모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평소에도 쉼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가족이지만 토요일은 특별히 ‘가족의 밤’으로 정해 함께 영화도 관람하고 볼링도 치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매일 가족이 둘러앉아 한글과 영어로 성경을 함께 읽고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은 남다른 자랑거리다. 고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하면 평생 한 번 밖에 가보지 못한 한국을 재방문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안목을 키우도록 세계 곳곳을 누벼보고 싶다는 구양은 이번 에세이 콘테스트 수상 상금도 모두 나중을 위해 적립해뒀단다. 구양은 구본장·구사라씨 부부의 2녀 중 장녀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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