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 원장(Dr.Kim’s Math Club)
문득 TV에서 방영되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 교수의 강의를 본 적이 있다. 우연치 않게 시청하게 된 정의 시리즈의 강의는 원래 TV를 잘 안보던 필자를 묶어두기에 충분했다. 샌델 교수는 유태인으로 27세에 하버드대학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 정치 철학자다. 지금까지 20년 넘도록 ‘정의란 무엇인가’를 강의했다고 한다. 이 강의는 하버드대학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들이 수강한 강의 중 하나로 지금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시리즈 첫 강의는 도덕에 관한 것이었다. 도덕적 가치란 무엇인가를 학생들과 끝없이 문답하고 서로 다른 의견의 학생들이 토론을 벌이도록 중재자 역할도 하며 역사 속에 살아있는 철학자들과 토론을 벌이도록 하는 주선자 역할도 하며 강의가 진행됐다. 중요한 것은 이 강의는 우리에게 어떤 해답을 주려하기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 가치를 돌이켜 묻고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끄집어내 기존의 시각 뿐 아니라 간과됐던 가치들로 재조명하면서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더 넓고 깊게 사고하도록 하는 그의 강의에 하버드의 천재들이 매료되고 지나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로 피폐해가는 미국사회를 재인식하게 만들어 준다. 그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가장 추악하다고 생각하는 일까지 마음껏 논쟁을 벌인다. 미국사회의 자정능력이 교육의 현장에서 개발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강의는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도 시사 하는 바도 많다. 역사적으로 정의는 승자의 가치에 의해 결정된 것 같지만 승자의 삶은 멈춰도 역사는 멈춰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것은 보다 순수한 의미의 정의로 귀결되어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보자. 그들은 어떠한 도덕적 가치로 정의를 이해하고 있을까? 과연 도덕, 정의, 이런 단어 자체를 알고는 있을까? 아마 강의실에서 추상적으로 배웠겠지만 현실은 어떤가? 경주마처럼 눈이 가려진채 앞으로만 달리도록 채찍질 당하며 숨 쉬고 밥 먹는 것까지도 좋은 대학에 가는 수단처럼 교육되어지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 진학 후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오는 많은 가치들을 제대로 걸러내고 적용하여 사회의 소모품이 아닌 창조자로서 역할을 감당하는 도덕적 가치와 그에 부합한 정의에 대해 의문이다. 명문대 입성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타협과 부정도 스스로 만든 개인적 정의에 부합시키며 그것
이 이 사회의 정의인양 세뇌되어진다면 참으로 이는 교육의 처참한 실패가 아닐 수 없다.
학문은 정의로운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수학이란 학문은 그렇다. ‘1+1=2’라는 것에 어떤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내포시킬 필요가 없다.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학문이 정의롭다하여 교육도 정의로운 것은 결코 아니다. 교육이란 본시 인간에 내제한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것이니 그것이 어떤 도덕적 가치에 의해 정의롭지 못하다한들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 사회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정말 교육의 필요성마저도 의문시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교육이라 인식하고 믿고 있는 것일까? 부정도 용납되고 꼼수도 용인되고 얄팍한 상술과 편법이 난무하는 환경 속에 무방비로 팽겨 쳐진 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되어진 우리 아이들이 있다면 과연 교육자로서 또 학부모로서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 되물어 볼 일이다.
필자는 항상 우리 아이들이 함께 살고 함께 성공하는 길을 말해왔다. 그리고 학부모 개개인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 다들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느끼는 현실은 코앞의 경쟁에만 집착하는 씁쓸한 모습들뿐이다. 내 자식을 위해서만큼은 안되는가 보다. AMC 시즌이다. 매번 AMC가 끝나고 나면 많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올해에는 아무 소리 안 들었으면 좋겠다.
다시 샌델 교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강의를 지켜보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의견을 개진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꼬박꼬박 물어보며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 이름으로 주장을 인용하는 샌델 교수의 겸허한 교수법이었다. 이는 스스로를 최고라고 부르기를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오늘날의 많은 선생들이 충분히 본받을 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정의란 무엇인가? 기회가 된다면 자녀들과 함께 시청해 볼만한 프로그램이라 생각된다. 보면서 진정한 가치를 열망하면 젊은 시절을 되새겨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교육에 바라는 우리들의 생각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