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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양육 스트레스 관리

2011-01-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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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 클리닉 부실장

부모들은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자신과 닮은 2세의 탄생은 매우 감격스럽고 신비로운 일이다. 자녀는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부모의 존재를 영속시키고 부부의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자녀는 부모들에게 심리적인 만족감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아이들의 성장과정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기어 다니던 아이가 처음으로 걷기 시작한 날을 양육수첩에 적어 놓으며,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들
을 대견스럽게 지켜본다.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사랑과 헌신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반면, 자녀양육이 늘 기쁨과 행복만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 양육에는 불가피하게 스트레스가 수반된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영아를 돌보려면 잠 못 이루는 밤을 수없이 지세야 한다. 개인 중심적이었던 부모들의 삶은 많은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사회적 관계와 직장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또한 자녀는 성장해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집안 전체를 크레파스 그림으로 도배 할 수도 있고, 어린 동생을 꼬집으며 싸우기도 한다. 미운 두 살(Terrible Two) 시기에는 부모의 말을 듣지도 않고 속을 썩인다. 어떤 때는 내가 낳은 자식이 맞나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아이들 중에는 유난히 기질적으로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예민하고 고집이 무척 세다. 화를 잘 내며 부모의 말에 무조건 반항한다. 이런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아이가 발달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다면 부모들이 받는 양육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될 것이다.


양육 스트레스는 부모의 손이 많이 가는 영유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유치원을 갓 입학한 아이는 학교 선생님에게 산만하다고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어느 날은 다른 아이를 손톱으로 할퀴어서 부모가 불려가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와 매일 전쟁을 치른다. 숙제를 제대로 했는지, 시험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우리 아이가 다른 애들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을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지 늘 신경
이 쓰인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사춘기가 시작되어 부모들에게 사사건건 투정을 부리고 반항을 한다. 이제는 자신의 자아가 성장해 부모의 호통과 위협도 잘 먹히지가 않는다. 간혹, 담배나 술에 손을 대거나 통금시간을 잘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품행장애와 반항장애 같은 심리, 행동적인 문제를 보일 수도 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 수업을 빼먹거나 장기결석을 하는 자녀들이 있다. 이성교제와 학교성적은 부모들에게 큰 골칫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이러한 양육 스트레스는 부모들에게 심리적, 신체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모든 스트레스가 다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지나치거나 제대로 관리되지 못할 때, 또 주변에서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양육 스트레스는 부모들에게 분노, 좌절감, 불안감,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두통, 불면증, 면역력 저하, 피로감, 섭식장애 등을 가져온다. 부모들이 받는 양육 스트레스의 부작용은 부모들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 자녀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애착을 적절히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관계는 상호적이기 때문에 한 쪽(부모)에서 행복하게 느끼지 못하면 다른 상대방(자녀)도 행복할 수가 없게 된다. 한편, 양육 스트레스는 아동학대와 상관관계가 높다. 심한 양육
스트레스를 받는 부모가 반드시 자녀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양육 스트레스가 많은 부모일수록 자녀를 학대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따라서 부모들은 양육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인 부모님들은 고된 이민 생활 속에서 오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장시간의 노동, 문화와 언어차이, 사회적 지원의 부족, 부모와 친구들로부터의 단절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는 더욱 가
중될 가능성이 높다. 자녀에게 온 헌신을 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모들은 양육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만 자신들의 행복을 지켜내는 동시에 자녀도 성공적으로 양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에 효과가 입증된 방법들, 즉 명상, 운동, 취미활동, 종교 활동 등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또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거나 효과적인 양육기술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배우자나 가족, 친구, 지역사회 등을 통해 격려와 도움을 받는다면 부모들이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는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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