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시내 피자헛 식당에서 열린 7세 소녀의 생일파티에 동석한 일이 있었다.
엄마가 집에서 닭튀김과 만두를 해주면 친구들을 잔뜩 불러 잔치를 벌이겠다는 딸의 청원을 너무 바쁜 일정 탓에 들어주지 못한 그 엄마는 대신 제일 친한 친구 몇 명만 불러내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사주게 되었다.
나는 얼떨결에 들러리가 되어 중국어로 된 피자헛 메뉴를 넘겨보다 한국식 김치 볶음밥을 발견하고 신기해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무언가 큰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하더니 음식이 상에 가득 차려진 다음에도 남자 둘, 여자 둘, 네명의 아이들은 목청껏 웃고 떠들며 때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밀치거나 뛰어다니는 등 정신이 얼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제일 소란을 피우는 남자아이의 엄마는 포크에 파스타를 돌돌 말아 용수철처럼 튀어 다니는 아들의 입에 정조준하여 넣어주는 데에 전력투구 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아는 알량한 한자어 중에서 ‘기세등등’ ‘득의양양’ ‘기고만장’ 같은 말들을 떠올리며 뭔가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주인공의 아빠가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저는 저 아이들이 하나도 귀엽지가 않아요."
"저 나이 때 다 비슷하셨던 거 아닌가요?" 하고 농담조로 답하자 그는 조금 생각해보더니, "그래도 저희 때는 배려까지는 몰라도 주변사람들 눈치는 살폈던 것 같은데요" 한다. "요즘 아이들이 다 저런가요?" 했더니 "아니라면 아마도 제 딸이 친구 고르는 눈이 아직 많이 부족한 가 봅니다" 하며 웃는다.
자신의 딸이 집에서는 좋은 매너를 보이다가도 친구들과 어울리면 행동을 마구 하는 것이 안타깝고, 그렇다고 남의 아이들을 함부로 타이르지도 못하니 속상하다고 했다. 저 아이들이 자라나서 만들어 가는 중국 사회가 과연 살만할 곳일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이 디저트까지 다 챙겨먹고 드디어 주인공의 부모와 나는 해방의 길을 향해 씩씩하게 입구로 향했는데 대여섯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소리소리 지르며 문을 가로막은채 떡 버티고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 아이는 음식이 늦게 나온다며 피자헛에서 나가겠다고 부모들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인구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아이들이 막무가내로 자라나면 결국 나중에는 세계 인구 5분의1이 무대보로 행동할 것이니 남의 나라 일도 아니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미국도 예전보다 공중도덕이 많이 해이해진 것 같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천방지축이라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날을 잡아 동네 피자헛에 가서 요즈음의 미국 아이들이 과연 어떤지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가 좁아질수록 공공질서 존중과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어린이들 몸에 배어야 평화로운 세상을 꿈이라도 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선적으로 부모와 교사의 책임이지만 부모가 못 가르치면 동네 운동팀 코치라도 가르쳐야 하고, 학교에서 못하면 주일학교나 학원에서라도 해야 한다. 수학을 배우러 왔던 영어를 배우러 왔던 매너부터 가르치도록 방침을 세운다면 효과는 분명 있을 것이다.
무질서한 지구촌이 만들어 지는 것을 막는 것은 결국 모든 어른들의 책임이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아이 하나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란 속담은 아이 버릇 고치기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김유경
Whole Wide World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