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0세 시인, 89세 문학청년

2011-01-22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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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두툼한 옷을 꺼내 입었는데도 저녁이면 만만치 않게 춥다. 이 추운 계절에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는 소식이 있다.

100세 할머니 시인, 일본의 시바타 도요 할머니 이야기다.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99세인 작년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발간한 시바타 도요. 그녀의 시집이 이달 중으로 100만부 판매를 돌파할 것이라 한다.

유복한 쌀집의 외동딸로 태어났지만 10세 때부터 음식점 더부살이를 했던,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 번 실패했고, 33세에 주방장인 두 번째 남편과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얻고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했었던 노파. 이 할머니가 가만가만 다가와 우리를 흔들어 깨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할머니는 말한다. “제가 시를 쓰게 된 계기는 아들의 권유였습니다. 허리가 아파서 취미였던 무용을 할 수 없게 되어 낙담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 아들이 글쓰기를 권했던 것입니다. 아흔을 넘긴 나이였지요.”

도요 할머니의 시는 쉽다. 어려운 말로 쓴 시가 아니다. 술술 읽힌다. 누구라도 그 뜻을 담박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시는 이렇게 써야한다고 우리를 가르쳐주는 것 같다.

‘저금’이라는 시를 읽어보자. “난 말이지, 사람들이/친절을 베풀면/마음에 저금을 해둬//쓸쓸할 때면/그걸 꺼내/기운을 차리지//너도 지금부터/모아두렴/연금보다/좋단다.” 쉬운 말로 조곤조곤 우리를 깨우친다.

“나이를 먹을수록/하나씩 하나씩 잊어 가는/기분이 든다// 사람 이름/여러 단어/수많은 추억//그래도 외롭다/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잊어 가는 것의 행복/잊어가는 것에 대한 포기// ....” 나이가 늘어가면서 기억력이 쇠퇴해지기 마련이다. 이것을 잊어 가는 것의 행복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이야기는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도요 할머니의 시를 읽으면서, 오렌지 글 사랑 문학교실에 나와 공부하시는 89세 된 두 분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한 분은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어서, 또 한 분은 본인의 건강법을 글로 써서 널리 알려주고 싶어 공부방에 나오신다고 했다.

수업시간이면 맨 앞자리에 앉아 누구보다 열심히 듣고, 숙제를 꼬박꼬박 해 오시는 두 분 어른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글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독자가 읽고 감동을 한다면, 그것이 곧 좋은 시고 수필이 된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렵고 거룩한 내용으로 쓸 필요가 없다. 가슴 속에 쌓여있는 이야기를 종이 위에 털어놓으면 되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내 상처를 꺼내어 말리는 작업이고, 글을 통해 사람들의 아프고 상한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 하는 일이라고 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세상을 밝고 희망찬 곳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정찬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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