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희망을 품을 수 있었습니다.”
버클리에 살고 있는 대니얼 윤(45·사진) 감독은 코넬대학에서 역사와 엔지니어링 학사를 프린스턴 대학에서 공공정책학으로 석사를 받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다.
이같은 이력만을 놓고 보면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윤 감독이 교통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대학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 유수 기업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소위 미래가 보장된 젊은이였다.
그러던 그의 앞에 ‘불행’이 뛰어들었다. 1995년 버클리에서 길을 건너다 차에 치는 사고를 당했다.
1초도 안 돼는 사고로 주위 모두가 동경하던 윤 감독의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켜버렸다.
“이 사고로 심한 뇌진탕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사고 전처럼 직장에 적응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일을 하기 힘든 상태가 되더군요.”
단 한 번의 교통사고로 다니던 직장을 잃고 모든 것이 마술처럼 변해버렸다.
그는 후유증으로 때때로 알 수 없는 깊은 잠에 빠진다. 일반인처럼 자고 일어나기가 버겁다. 사고는 윤 감독에게 여자 친구와의 이별, 경영 컨설턴트로서의 능력과 꿈을 앗아갔고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나야 하는지 분노에 시달렸습니다. 분노를 가라앉힐 돌파구가 필요했고 내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영화 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씨는 독학으로 영화 제작 공부를 해 5편의 저예산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1999년 자전적 장편 영화 ‘뇌진탕 그 이후(Post Concussion)’를 내놓았다.
![[신년특집] 교통사고 딛고 우뚝 선 대니얼 윤 감독 [신년특집] 교통사고 딛고 우뚝 선 대니얼 윤 감독](/photos/SanFrancisco/20101230/yungamdokposter.jpg)
그는 사고 보험금과 대출금 3만달러로 6개월 기간을 들여 ‘뇌진탕 그 이후’를 완성했다. 각본, 감독, 제작, 촬영, 편집, 주인공까지 혼자서 1인6역을 해냈다.
윤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 매튜 강역을 맡아 그동안 하고 싶던 이야기들을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풀어놨다.
“버클리의 경영 컨설턴트 회사에 다니는 주인공이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깨어난 후 후유증에 시달리다 직장도 애인도 잃는다는 내용입니다. 남은 건 텅 빈 아파트에 매트리스, 소파, 컴퓨터, 전화기 밖에 없습니다. 매일 방에서 두통에 시달리는 매튜앞에 모니카가 나타나고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윤 감독은 후유증으로 일주일에 1, 2일밖에 촬영을 못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연기와 영화에 정열을 쏟아 부었고 감독으로서 제2의 삶은 이렇게 막을 열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미니애폴리스 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뉴멕시코에서 열린 타오스 토킹 픽쳐스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또 2000년 SF아시안 국제영화제 폐막작, 부산국제 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수 많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는 현재 베이지역을 배경으로 11년 만에 2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다.
“꿈과 희망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로드맵이 바뀌긴 했지만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아를 찾아가는 새로운 인생의 지도를 그릴 겁니다.”
“레디, 액션”, 윤 감독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김판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