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재고매물 수치 파악
바이어스마켓 판단 낮은 값 제시
차압매물 경쟁 자칫 제값 더 줘
10월 중 ‘잠정 주택판매’(Pending Home Sales)가 크게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발표됐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발표에 따르면 10월 중 잠정 주택판매는 전달보다 약 1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잠정 주택판매는 기존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한 구입자수를 집계한 것으로 향후 주택시장 경기를 가늠케 하는 선행지수다. 잠정 주택판매는 지난 6월중 NAR가 집계를 시작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뒤 10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택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같은 주택시장 회복 징후가 보이기 시작하자 주택 구입자들의 인기를 끄는 지역에서는 이미 매물 한 채에 여러 명의 구입자들이 오퍼를 제출하는 등 과열 구입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부 주택구입 선호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복수오퍼 경쟁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복수오퍼 현상 재개
주택시장 활황기에 흔히 볼 수 있던 복수오퍼 현상이 돌아왔다. 일부 주택구입 선호 지역에만 국한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주택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교외 중산층 거주 지역에는 낮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을 활용해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첫 주택구입자가 몰리고 있다. 특히 20만달러 미만대의 저가대 주택과 일반 매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차압매물 등에 구입자들이 몰려 과열 구입 현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싼값에 주택을 구입하려는 구입자들이 몰리면서 매매 가격이 리스팅 가격을 웃도는 지역도 많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집리얼티에 따르면 리스팅 가격보다 약 4% 인하된 가격에 매매되던 시카고와 버클리 지역의 주택들은 최근 과열 구입 경쟁 덕에 주택이 약 5%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특히 숏세일과 차압매물 등 급매성 매물이 집중된 지역은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라스베가스, 포트 로더데일, 오클랜드, 시카고 교외 지역 등의 주택 매물은 리스팅 가격보다 약 9%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고 집리얼티가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자들의 경쟁심과 조바심이 과열된 오퍼 경쟁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셀러가 오퍼를 거절할 경우 조바심을 느낀 바이어는 가능한 높은 가격에 다음 오퍼를 제출하고 그것도 서둘러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바이어들의 심리가 주택 가격을 부추겨 시세보다도 높은 가격에 주택이 매매된다는 것이다.
■주택 재고 점검
주택 매물 재고 현황을 파악하면 오퍼 경쟁에 뛰어들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선 해당지역의 주택 시장에 나온 매물량과 이미 구매 계약이 체결돼 에스크로를 진행 중인 매물량을 파악한다. 만약 두 매물량이 비슷한 수치라면 지역 주택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뤄 주택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 경우 웬만하면 오퍼 경쟁을 피하면 좋다. 하지만 매물로 나온 주택의 숫자가 이미 계약이 체결된 주택보다 월등히 많다면 과잉공급으로 주택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오퍼 경쟁에 뛰어들어 볼만하다.
주택 재고기간도 오퍼 경쟁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다. 대개 매물이 안 팔리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소위 ‘바이어스 마켓’으로 볼 수 있다.
매물의 평균 재고기간이 6개월 이상인 지역에서는 오퍼 경쟁에 참여해도 여전히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고용 현황
고용시장이 안정된 지역에서 주로 주택 구입 과열 경쟁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고용률이 높다는 것은 주택 구입 자격을 갖춘 바이어들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소득이 안정돼 다운페이먼트 자금이 마련되어 있고 특히 최근 주택 융자 때 필수적인 소득 증명이 가능한 바이어들이 타지역에 비해 높은 비율을 이룬다. 따라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주택 구입에 나설 수 있는 바이어들이 항상 대기중이어서 과열구입 현상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실례로 평균 실업률이 5.9%로 낮은 버지니아 알링턴 교외지역은 최근 매매된 주택의 숫자가 현재 매물 숫자보다 약 59% 많고 중간 주택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약 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차압매물 구입 경쟁은 금물
전문가들은 차압 매물 구입 경쟁은 가급적이면 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자칫 차압매물 구입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가격 할인혜택은 커녕 ‘제값’을 주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고 때로는 오히려 비용이 더 지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압매물 리스팅 업체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차압매물은 일반 매물에 비해 평균 약 36% 저렴한 가격에 매매되고 있고 전체 주택 매매 건수 중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차압매물 구입의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이 ‘저렴함’인데 여러 명의 바이어가 경쟁하다 보면 가격이 쉽게 올라가 혜택이 사라지고 만다. 따라서 차압매물 구입 때 가격이 리스팅 가격보다 약 30% 이상 올라가면 경쟁을 자제하고 구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또 대부분의 차압매물의 주택 상태가 불량해 주택 구입 후 수리비마저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 구입 경쟁에 휘말리면 오히려 일반 매물 구입보다 불리한 주택 구입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준 최 객원기자>
과열 경쟁으로 차압매물의 가격이 리스팅 가격보다 30% 이상 올라가면 차압매물의 구입하는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