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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못된 건물주’에 맞서는 법

2010-12-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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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못된 건물주’에 맞서는 법

주택 임대 계약서 서명 전 건물주에게 계약서 검토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요청한다.

“내 집인데 내 마음대로”vs “계약 기간엔 테넌트 집”


주택을 임대하다 보면 각양각색의 건물주들을 경험하게 된다. 테넌트의 요청을 즉각 들어주는 건물주가 있는가 하면 테넌트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못된’ 건물주도 더러 있다. 악덕 건물주는 황당한 변명이나 이유를 대며 궤변으로 테넌트의 요청을 묵살하기 일쑤다. 건물주가 임대 계약서의 내용이나 관련 규정을 잘 이해하지 못해 빚어지는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해프닝들을 건물주의 무지 탓으로만 돌리고 반드시 필요한 요청을 포기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 악덕 건물주는 임대 계약서와 임대관련 규정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테넌트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테넌트로서도 임대 계약서의 내용을 철저히 이해하고 있어야 건물주의 터무니없는 요구나 대응방식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일부 건물주의 황당한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건물주: “내 소유의 건물이니 필요하면 아무 때나 올 수 있습니다.”


- 테넌트: “긴급 상황이 아니면 반드시 방문시간을 사전통보 해주시죠.”

건물주가 테넌트의 거주 공간을 방문할 수 있는 권리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가주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에서 적어도 24시간 이전에 테넌트에게 방문시간을 사전에 문서로 통보하도록 동시에 규정되어 있다. 테넌트의 개인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메릴랜드에서 아파트를 임대하던 크리스틴은 건물주가 불쑥불쑥 방문하는 바람에 결국 집을 떠나고 말았다. 2층에 거주하던 건물주가 걸핏하면 소화기를 점검해야 한다, 연기 탐지기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사전통보 없이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크리스틴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24시간 이전 사전통보 규정을 몰라 건물주에게 적절한 항의를 하지 못하고 결국 이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화재나 누수 등의 긴급상황을 제외한 경우 건물주는 반드시 테넌트에게 방문 계획을 문서로 사전통보해야 한다.


▲건물주: “일반적인 임대 계약서니 그냥 사인하세요.”

- 테넌트: “‘일반적으로’ 하루쯤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 아닌가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임대 계약서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임대 계약서는 법률 양식을 취급하는 웹사이트나 건물관리협회, 부동산 중개인협회 등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데 내용은 다 제각각이다. 심지어 건물주가 임대 계약서를 직접 작성할 수도 있다. 가주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주부동산협회(CAR) 발급 양식도 그 내용을 얼마든지 수정하고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임대 계약서는 없다. 따라서 적어도 하루 정도 임대 계약서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건물주에게 요청하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조항이 있다면 변호사나 테넌트협회에 자문을 구하도록 한다.



▲건물주: “이웃에 에어컨 있는 집이 드무니 그냥 사세요.”

- 테넌트: “렌트에 에어컨 사용료가 포함됐으니 반드시 고쳐주시죠.”

임대 계약서 상에 에어컨 사용이 포함됐다면 건물주는 에어컨이 적절히 작동되도록 유지 보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이웃이 없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테넌트는 건물주나 건물관리업체에 연락해 각종 주택관련 장비가 적절히 작동하도록 요청할 권리가 있다. 아파트 테넌트인 헥세나는 매니저에게 에어컨 수리를 수차례 요청했으나 매니저는 수리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답변으로 수리를 미뤘다. 수리 요청이 거듭 묵살되자 헥세나는 결국 아파트를 소유한 업체에 연락, 불만을 접수시켰고 업체에서는 헥세나의 에어컨 수리에 즉각 나선 경우도 있다.


▲건물주: “페인트가 벗겨졌으니 디파짓을 돌려 받을 생각 마세요.”

- 테넌트: “페인트가 벗겨진 것은 일상 생활에 의한 노후현상일 뿐입니다.”

임대 계약기간 만료 때 테넌트들이 건물주로부터 가장 많이 전해 듣는 이유가 페인트와 카펫 교체이다. 이같은 이유로 임대계약 전 지불한 디파짓의 일부 또는 전액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생활에 의해 발생한 노후현상은 디파짓 미반납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만약 건물주가 황당한 이유를 대며 디파짓 반납을 꺼린다면 테넌트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소송을 진행하는 수 밖에 없다. 이때 자칫하면 소송 비용이 디파짓 금액보다 높을 수 있으니 잘 판단해야 한다.

테넌트가 디파짓 보호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다른 조치는 임대 계약서 서명 전 주택 상태를 증거물로 남기는 것이다. 최종 서명 전 주택을 방문해 주택 상태를 사진 등의 증거물과 함께 문서화 해 건물주의 서명을 받아 둔다. 만약 법정 공방이 진행될 경우 증거물의 양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건물주: “원하면 언제든지 이사가시면 됩니다.”

- 테넌트: “그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켜 주세요.”

건물주의 말만 믿고 임대 계약서에 서명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만약 임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할 것 같으면 일정기간이 지난 후 위약금 지불 없이 임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삽입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테넌트 애나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애나는 1년짜리 임대 계약을 맺은 후 6개월만에 건물주와 구두 합의로 계약을 취소하고 이사를 했다. 6개월 후 난데없이 건물주가 밀린 6개월치 렌트를 내라는 고지서를 보내와 결국 법정으로 향하게 됐다.

법원은 건물주가 애나가 이사간 뒤 새 테넌트를 찾지 않고 자신의 딸과 건물에 입주한 점을 이유로 애나의 손을 들어줘 다행이었다. 하지만 건물주의 말만 믿고 임대 계약 전 이사를 나갔다가는 자칫 밀린 임대료를 물 수도 있으니 주의한다.


▲건물주: “수영장은 2주 후에 재개장 합니다.”

- 테넌트: “2주 동안 수영장을 사용할 수 없으니 렌트를 깎을 수 있나요?”

임대료는 아파트 단지 내 각종 시설에 대한 사용료도 포함한다.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 불필요한 임대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만약 해당 아파트를 고른 이유가 수영장, 체육관, 테니스장 등의 부대시설 때문인데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위약금 지불 없이 임대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임대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아파트를 방문해 이웃들에게 시설 사용에 대해 문의해 본다.

수영장이라면 사용이 많은 여름철 적절히 운영되고 있는지, 체육관이나 클럽 하우스 등의 개장시간이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운영되는지 등을 사전에 점검한다.


렌트 연체 없었는데 갑자기 나가라니…

임대료 인상과 퇴거요구

테넌트가 건물 내에서 불법행위를 하거나 렌트를 연체하지 않는 이상 건물주는 테넌트를 임대 계약 만료 전에 퇴거시킬 수 없다. 하지만 일부 주에서 예외가 적용되기도 하니 주의한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건물주가 테넌트에게 30일 사전통보를 전달하고 한달치 렌트를 받지 않을 경우 임대 계약 중이라도 테넌트를 퇴거시킬 수 있다. 이때 이같은 내용이 반드시 임대 계약서 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뉴올리언스의 테넌트 메건 채프만은 건물주의 갑작스런 퇴거 통보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각종 축제 행사가 많은 뉴올리언스의 경우 축제기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렌트가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마침 축제 관련 퍼레이드 경로에 위치한 주택을 임대 중이던 채프만은 건물주로부터 한달 후 집을 비우고 축제가 끝나 임대료가 떨어지는 시기에 다시 돌아오라는 어처구니 없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루이지애나의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건물주가 임대 계약기간 중 문제없이 렌트를 잘 내고 있는 테넌트를 강제로 퇴거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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