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연평도 의무관님’

2010-12-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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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해병대 초임 발령을 받은 젊은 군의관에게 섬사람들은 ‘의무관님’이라는 존칭어로 부르며 나를 깍듯하게 대해주었다. 주민들 대부분은 육지에서 피난 나온 사람들로 바다 건너 고향을 바라만 보며 가보지는 못하는 망향의 설움을 달래고 있었다.

백령호 똑딱선은 인천까지 가는데 13시간 이상 걸리고 그나마 풍랑 이는 날에는 배가 갯벌에 비스듬히 누워 낮잠을 자곤 했다. 응급환자가 생기면 밤낮없이 천주교 수녀들이 호롱등불을 들고 와서 나를 깨우곤 했다.

최근 북한이 연평도에 퍼부었던 무차별 포격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평화스런 섬마을 전체가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차고, 내가 잠자던 해병대 막사도 화염 속에 타들어 갔다. 북한의 반대쪽 산기슭 아래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주둔하고 있었는데도 장병 2명이 희생당했고 민간 사망자들까지 발생했다. 이는 치밀하게 계획된 정조준 포격임에 틀림없다. 부둣가 평지에 있던 면사무소와 민가도 쑥대밭이 되었다.


그 광경을 보며 너무나 큰 충격에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천안함 침몰사건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어떻게 이런 끔찍한 만행을 또 저지를 수가 있었을까. 북과 중국은 이 지옥 같은 와중에도 싱글벙글 서로 만나서 경협을 맺었다고 전해진다. 사람을 죽이고 아직 피도 마르기도 전에 잔치를 벌이는 인면수심, 짐승만도 못한 짓이다.


추재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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