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밤

2010-11-27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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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호 수필가, MD

비단자락 살포시 밟는 발걸음으로
낙엽을 조용히 밟으며 당신께로 다가갑니다
상월 그믐달 테두리에 비친 가난한 미소가
저의 눈을 서럽게 하는 11월 밤입니다
힘겹게 실려 오는 당신의 숨소리 너무 힘들어
저의 발걸음은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습니다.
짧은 시침(時針)은 너무 느려 지쳐있습니다
느릿느릿 다가오는 만남의 시각을 새기기 위해서는
저의 마음은 너무나 성급하게 달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여름 내내 가꾸시던 꿈꾸던 나뭇잎은
서리 뒤집어쓰자 핏 덩어리로 유산 되었습니다
모아진 시신들 정갈히 받들어 다비식(茶毘式) 치루려니
연기 속에 얼룩져 흘러나온 낙엽의 선혈이
한 해의 모진 삶을 얼룩에서 닦아냅니다.
긴 여정처럼 다가서는 당신과의 만남을 위해
저의 가슴도 낙엽처럼 타고 있습니다.
어서 당신 시계 그림자 위에 제 초침(秒針)을 얹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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