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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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1박2일’

2010-11-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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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싱글의 ‘훌쩍여행’엿보기

화려한 싱글임이 가장 행복한(혹은 부러운) 순간은 언제든 마음 먹은바를 실행할 수 있는 ‘자유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때다. 삶의 진정한 휴식과 기분전환을 얻고 싶을 때. 가까운 곳으로 훌쩍 떠나 즐기는 짧은 여행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것과 같은 즐거움이리라. 잘 나가는 조경 건축가(Landscape Architect)인 싱글 여성 이은정(28·글렌데일)씨는 평소 서핑과 콘서트 관람, 박물관 관람을 즐기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 훌쩍 떠나는 여행을 즐겨온 이은정씨는 지난 달 ‘나 홀로’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가 초행은 아니었던 그는 이번 여행의 테마를 유명 박물관 관람으로 잡았다. 여기에 유명 음악인의 순회공연(LA의 공연은 이미 마감 됐는데 마침 샌프란시스코 공연의 티켓을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단다)까지 곁들여 박물관과 콘서트가 어우러진 ‘문화여행’이 돼 버린 것이다. ‘가슴을 충만케 했던 이틀간의 럭서리’였다고 말하는 20대 싱글 여성의 나홀로 샌프란시스코 여행. 1박 2일간의 ‘알짜배기’ 여행을 함께 떠나보자.


웹사이트 통해 ‘맞춤 문화여행’ 설계
버스타고 비탈길 걷고 알짜배기 코스


■첫째 날
주말이 아닌 주중의 공항은 한결 한산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의 마켓 스테이션.
여행을 떠나기 전날 웹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명예의 전당’(Legion of Honor)을 찾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북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은 바다를 끼고 위치하는데, 금문교를 배경으로 한다. 아쉬운 점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미리 계획해서 가지 않으면 여행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38번 버스를 타고 리치몬드(richmond)에서 내려 걸어 올라갈 수 있다.
남가주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비탈길, 그것도 나무들이 늘어진 길이라 산책하는 기분이다. 이은정씨는 골프장의 잘 닦아놓은 잔디를 지나,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전경은 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해 주었다고 말한다.


▲명예의 전당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알려진 명예의 전당은, 기원 전 2500년부터 현대에 이르는 회화 3,000점, 장서 2,000권을 소장하고 있다.
프랑스식 칼럼들과 대칭의 구조로 사람들을 맞이하는데, 언뜻 보기에는 건조할 수 있는 건물이지만, 푸른 메타세과이어 나무들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현재 명예의 전당에는 재패니즈크(Japanesque)라는 전시회가 한창이다. 전시회는 지하에서 열리는데 다수의 작품들을 담을 수 없는 건물 구조 때문인지 지하층의 반이 넘는 공간이 이 전시회를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아침 일찍 도착한 지라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여유 있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시작하는 곳에서는 일본의 나무 판화(Japanese Woodcutting Printing) 과정에 대한 비디오를 틀어놓았다. 나무를 선정하고, 판화에 쓸 종이를 만들고, 나무를 깎을 용구들과 잉크를 만드는 과정으로부터 시작해 정교한 판화를 만들어내는 전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한 작품에서 표현된 세세한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장인의 손끝에서 나온 정성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것임을 깨닫게 되자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발걸음이 쉽게 옮겨지지 않았다.
세 시간의 감상을 끝내고 박물관의 다른 곳곳을 살폈다. 유리문 밖은 30피트가 넘는 나무들이 녹색의 싱그러움을 발하고 있었다. 명예의 전당 박물관은 그다지 크지 않아 15분 정도면 금문교 쪽으로의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올 수 있다.


역사의 숨결·대가들과 만남‘박물관 순례’


홀로 떠난 샌프란시스코

이종문씨 거액 기부 아시안 아트 뮤지엄
한국관엔 700여 귀중한 유물 소장
SF 현대미술관 사진작품에 충격도


▲드 영 박물관

점심을 해결한 후 드 영 박물관(De Young Museum)으로 향했다. 인상파(Impressionist) 전시회가 열리는 관계로 많은 인파가 몰려 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이곳을 가지 않는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드 영 박물관은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사람들은 꼭 가봐야 할 맨더토리 스탑(mandatory stop)으로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드 영 박물관은 건물의 건축양식이 유명할 뿐만 아니라 미국뿐만 아니라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의 미술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으로, 특히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등 다수의 미국 회화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골든게이트 팍에 위치, 전시회 후에 공원을 돌며 산책도 가능하며, 건너편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California Science Center)로 향할 수도 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예술을 통해 영혼의 촉촉함을 회복시킴으로써 일상의 건조함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세운 만큼, 관광보다는 전시회에 치중하기로 했다. 즉 건물을 둘러보는 시간들은 되도록 줄이고, 알짜배기만 본 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은정씨가 말하는 드 영 박물관의 묘미는 동선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옮기도록 작품을 배치하는 것이 관건이다. 모든 것이 너무 오픈돼 있는 박물관은 방문객의 흥미를 앗아가기 쉽기 때문이란다.

예상대로 많은 인파들로 북적거려 줄을 서야 했지만,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작품 하나하나를 살폈다. 반고흐, 모네, 드가, 마네, 고갱 등 이름만 들어도 유명 작품들이 떠오르는 거장들이었다. 이들이 한 시대에 살면서 서로 친구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갔던 것이다.


▲리우치 사카모토 공연

두 곳의 박물관 관람을 마치자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예술의 한계에 달했음을 느꼈다고 말하는 이은정씨는 미리 구입해 놓은 일본의 유명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을 향했다.

두 시간 남짓의 숨막히게 감동적인 공연을 관람한 뒤 호텔로 돌아온 그는 하루 종일 전시회에서 받은 촉촉함으로 하루가 채워졌던 것 같다고 말한다. 예술을 통해 영혼이 적셔진다라는 말에 너무나 공감한다며.


■ 두 번째 날

보통 박물관들은 오전 10~11시에 문을 열지만 박물관마다 휴일이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을 하는 것은 박물관 방문의 철칙이다. 아침식사를 한 뒤 시내에 있는 아시안 아트 뮤지엄(Asian Art Museum)으로 향했다.


▲아시안 아트 뮤지엄

아시안 아트 뮤지엄 건물의 꼭대기에는 ‘Chong-Moon Lee Center for Asian Art and Culture’라고 한인 이종문씨의 이름이 크게 걸려 있다.

1966년 완공된 아시안 아트 뮤지엄은 35년 간 골든게이트 팍에 위치했으나 샌프란시스코시의 승인을 통해 전 시립도서관이었던 현 위치로 안정적인 이전을 하게 됐다. 이 때 한국인 사업가 이종문씨가 골든게이트 팍에 위치하던 뮤지엄이 현 위치로 이전하기 위한 모금당시 거액 기부금(1,500만달러)을 기부한 뒤, 이후 한국관을 위해 100만달러를 추가로 기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관에는 약 700여점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아시안 이민자의 이름을 딴 대도시 박물관은 이종문 센터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또한 아시아 전역에서 수집한 귀중한 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날은 일본식 병풍 페인팅(Japanese folding panel painting) 전시회가 있었다. 한국의 병풍과 같은 맥락인데, 색감이나 디테일 부분에서 한국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현대에 가까울 수록 정치적 색깔과 영향 때문인지 화려한 색상과 사용되는 오브제 등이 변화됨을 볼 수 있었다.

도서관으로 사용되던 건물인 관계로, 재건축 당시 빛이 들어오는 곳이 적어 상당히 어두웠다고 한다. 때문에 재건축 과정에서 빛을 끌어 모으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그 이유 때문에 건물의 천창을 유리로 대체했다고 한다. 이 건물을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매우 밝다’라는 것이었는데, 그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현대 미술관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살짝 지친 몸을 근처에서의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셔 다시 발동시킨 뒤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의 메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으로 향했다.

현대주의 작품 전시에 있어서 미 서부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에서는 사진 전시회가 한창이었는데, 현실에 대한 고발 성격이 짙었던 이번의 전시회는 조금은 충격이었다.

잡을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갈망과 그것을 추억하려 함에 대한 애틋함이 서로 맞물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알 수 없는 생각의 굴레에 빠지게 만들었다. 언제나 신선한 작품들이 가득하며, 작아 보이는 구조와는 달리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지닌 이곳은 언제 와도 다시 들르고 싶은 박물관이란다.

특히 조금은 현실성이 짙고 현대적이기 때문에 가족단위로 왔거나 혹은 모던 아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조금 지루하고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그것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른 예술의 다른 갈래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인다면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의 박물관들

매번 샌프란시스코를 올 때에 세우는 계획 중에 하나는 방문할 박물관 들을 비슷한 지역으로 나눠 그룹 짓는 것이다. 박물관의 위치와 차편을 파악한 후에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로 그룹 짓는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현대미술관, 여바 부에나 아트 센터(yerba Buena art center), 그리고 현대 이스라엘 박물관(contemporary Jewish Museum)이다. 박물관 디스트릭(Museum District)이라 불릴 만큼 도보로 5분 간격으로 박물관들이 밀집해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박물관이라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여바 부에나 아트 센터는 비디오나 설치미술이 강하고, CJM은 종교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건물들 또한 그 전시회의 성격이나 시즌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기도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여바 부에나 가든의 잔디밭에 누워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알뜰 기행 팁

▲여행지 선택 - 1박2일의 짧은 나 홀로 여행지로 샌프란시스코를 선호하는 이유는 LA에서 가까운 점,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철 노선만 잘 파악하면 어디든 쉽게 다닐 수 있다. 특히 방문자 센터(visitor center)에서 판매하는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대일리 티켓을 구입하면 무제한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

▲미리 공부할 것- 여행 전 미리 가고 싶은 곳들을 물색한 후, 그 근방의 위치와 레스토랑, 차편 등을 공부하면 여행이 한결 편안해 진다. 이은정씨는 지도에 집중을 하다보면 왠지 그곳을 100% 느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미리 리서치를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쿠폰 활용하기 - 우연히 인터넷에서 발견한 ‘시티 투어’라는 쿠폰은 샌프란시스코의 온갖 명물 입장료가 다 포함된 쿠폰으로, 각종 박물관은 물론, 와이너리 투어, 놀이동산들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쿠폰이다. 단, 이 쿠폰은 하루나 이틀 등 일정기간 내에만 유효하다.

가족단위로 온 여행객이나 걷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손해일 수도 있으나, 가고 싶은 곳이 확실한 나 홀로 여행객들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아시안 아트 뮤지엄은 이종문씨가 1,500만달러를 기증해 탄생했다. 건물 정면에 새겨진 이종문씨의 이름이 눈길을 끈다.


여바 부에나 아트 센터와 이스라엘 박물관이 위치한 지역은 박물관 디스트릭이라 불릴 만큼 도보로 5분 간격으로 박물관들이 밀집해 있다.


현대주의 작품 전시에 있어서 미 서부를 대표하는 예술의 메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드 영 박물관은 건물의 건축양식이 유명할 뿐만 아니라 골든게이트 팍에 위치, 전시회 후에 공원을 돌며 산책도 가능하며, 건너편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사이언스 센터로 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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