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맨하탄 브로드웨이를 접수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김정아(17·미국명 아만다·헤릭스 고교 12학년)양은 자신감만큼이나 끼와 재능도 못지않아 사뭇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뮤지컬 배우를 구체적으로 꿈꾼 것은 8학년 때부터지만 이미 초등학교 1학년 시절 학교 공연에서 솔로로 올랐던 첫 무대에서의 활약이 당시 지역일간지 뉴스데이에 소개됐을 정도로 일찌감치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고 이후로도 각종 무대에서 빛을 발하며 차세대 뮤지컬 배우로 주목을 끌어왔다. 클래식에서부터 뮤지컬과 한국 가요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노래를 섭렵한
것은 물론, 피아노 연주도 손색없는 실력을 갖췄고, 어릴 때부터 익혀온 탭댄스와 재즈댄스에 이르기까지 뮤지컬 배우로서 필요한 기본기와 실력은 이미 탄탄히 갖춘 재원이다.
아직 연기만큼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과 영화감상을 즐기며 연기의 기본을 익히는데 만족하고 있지만 목표한 대학에 진학하면 뮤지컬 전공으로 착실히 실력을 다져 제대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포부가 대단하다. 애초부터 무대 공포증이란 것이 없는 것도 뮤지컬 배우로 성장해 나가는데 있어 큰 장점. 음악 무대뿐만 아니라 대중연설이나 동화 구연대회 등에서도 수없이 입상한 경력답게 무대에만 오르면 불끈불끈 자신감이 솟구쳐 오른단다. 비결은 바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을 믿으며 ‘내가 바로 세상에서 최고’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라고. 그런 자신감이 들면 무대에 올라서 있는 것이 너무도 행복해지고 실력 발휘도 100% 이상 가능해진단다.뮤지컬을 제대로 관람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당시 ‘미녀와 야수’를 본 뒤 느꼈던 그 감동의 무대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고 결국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워가는 씨앗이 됐다.
그간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이 뉴욕에서 스타 발굴 오디션을 실시할 때마다 도전해보라는 주위의 권고도 많았지만 유명연예인들의 크고 작은 불미스런 사고소식에 걱정이 앞선 부모의 반대가 무척 심했던 탓에 한 번도 응하지 못했다고.
굳이 한국 진출을 원했다면 연극배우로, 뮤지컬 연출로, 방송국 PD로, 대학 연영과 교수로 관련분야에 널리 포진해 있는 친척들을 통한 수월할 방법도 있었지만 그런 유혹들조차 모두 뿌리쳤다. 철저하게 실력으로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성취해내겠다는 생각이 더욱 앞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지만 한국어 구사도 완벽해 미국과 한국 어느 무대에서든지 자신 있게 실력 발휘가 가능하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와 동시에 음악교사로도 꿈을 함께 키워가고픈
바람도 있다. 부모 직장 따라가기 행사 일환으로 어린 시절 고교 교사인 아버지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참관했을 때 받았던 교사란 직업의 인상이 무척 깊었던 것이 그 연유다.
늘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믿음직한 오빠와 친구 같은 어머니와도 각별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더욱 남다르다고. 엄마가 소위 ‘절친(Best Friend)’이라면 아빠는 절친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가족 중에서 유독 부녀가 성격이 가장 닮은 데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딸을 먼저 원했다던 아버지의 자식사랑도 한 몫 한다. 노래 부르기와 노래 감상하기에서부터 사진 찍기까지 아빠와 공유하는 수많은 취미만큼이나 부녀가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돌려쓰며 사진에 몰두하고 있고 조만간 고교 졸업선물을 빙자(?)해 지하실에 부녀만의 암실도 직접 만들 예정이란다. 한국일보 공동주최로 이달 초 열린 조수미 공연도 맨 앞줄에서 부녀가 다정히 앉아 함께 관람하며 더할 수 없는 감동을 만끽했다는 김양은 카도조고교 김경욱 교사와 그레잇넥 꽃집을 운영하는 김명신씨 부부의 1남1녀 중 둘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