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 교협 총회 단상

2010-11-05 (금) 12:00:00
크게 작게
“워싱턴 지역 청년교인들을 신앙으로 묶어 교계에 젊은 바람을 일으키겠다.” 몇 년 전, 김성도 목사(열방교회)가 교회협의회 제35대 회장에 피선되면서 당차게 내놓은 취임 일성(一聲)이었다.
공약(?)대로 기독청년 연합체 결성을 첫 신호로 그의 야심찬 프로젝트들이 차례로 가동되면서 실로 오랜만에 신선한 바람을 교계 안에 불어 넣었다.
청년연합 명의로 모인 행사가 10여 차례에, 소요된 경비만도 무려 1만1,440달러라는 결산보고가 말해 주듯이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뛰어다녔는가를 짐작케 하는 대단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청년들을 위한 과거 행사가 고작 한두 번 구색 맞춤으로 끝난 게 전부였다면, 김 회장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다른 사업에 너무 소홀했다는 오해를 받았을 만큼 젊은이들 행사에 거의 올인 하다시피 적극적이었다는 해석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작, 문제는 이런 차세대 리더들을 책임지고 가르쳐야 할 젊은 목사들을 회의장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이었다. 고작 임용락, 예경해 목사 외에 다른 두세 사람 말고는. 그것도 1년에 단 한번뿐인 정기총회 자리였는데 말이다.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이날도 다수 원로 목사(태반이 전직 회장)들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다행히 정족수가 20명이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회의자체가 무산 될 번했다.
어떤 성격의 모임이든 거의 이런 식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어느 회합에선가 젊은 후배목사 하나가 필자의 옆자리에 와 앉으면서 “와, 전부 노인들 뿐이네”하고 무심히 내 뱉은 말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른다. 설마 요새 젊은 목사들이 원로 목사들을 폐기 처분될 고려장 감으로 바라보는 대표적 시각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어쩌는가. 일부 젊은 목사들 눈에 퇴물처럼 보이는 바로 그 노구(老軀)들이라도 후배들 빈자리를 대신 채워 주지 않으면 모임자체가 힘들어 지거나 시작도 못할게 뻔한데 말이다. 경쟁에서 정당하게 밀린 게 아니라 처음부터 뛰기를 포기한 사람이 앞선 사람 비난하는 것만큼 비겁한 짓은 없을 것이다. 노인 목사님들이 나서는 것도, 그 속에 섞이는 것도, 단순히 그런 싫은 감정 때문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자의적으로 보인 거라면 그건 투정이지 이유가 될 수 없다. 이제라도 당당하게 선배들을 제치고 앞으로 나서면 될 것을, 도대체 그 젊음,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제발, 젊은 목사들의 뜨거운 참여 열기에 밀려 그 때문에 노인 목사들이 앉을 자리를 마침내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게 오히려 교협을 위한 밝은 미래요,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 젊은 목회자들에게 거는 교계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아시는가, 오죽하면 워싱턴 지역 원로 목사들이 이날 36대 신임회장에 선출된 배현수 목사(워싱톤 소망교회)에게 “부디 젊은 목사들을 위해 신경 많이 써 달라”는 당부까지 했겠는가. (10월25일 교회협의회 36차 총회 폐막 후)


한성호
목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