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중세 시대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고색창연한 고성에 마음을 빼앗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이같은 장소를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그런데 남가주 인근에도 아름다운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스페인의 중세기 성곽을 연상시키는 흰색의 웅장한 ‘캐슬’이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LA와 샌프란시스코 중간쯤에 위치한 샌시미언(San Simeon)이라는 바닷가 마을의 샌타루시아(Santa Lucia) 산맥 중턱에 자리한 초호화 성 ‘허스트 캐슬’(Hearst Castle)이 그 주인공이다.
허스트 캐슬의 원래 정식 명칭은 ‘허스트 샌 시미언 스테이트 히스토리칼 모뉴먼트’(Hearst San Simeon State Historical Monument)로, 1900년대 초기의 출판왕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의 저택이었으며, 그가 사망한 뒤 유족들이 주정부에 기증하여 일반인에게 공개 된 것이다. 방 146개, 대식당과 회의실, 50석 규모의 극장, 손님용 게스트하우스, 광대한 야외 연회장, 로마 신전을 연상시키는 초호화 고대 로마식 수영장을 갖춘 이곳은 남가주에 거주한다면 꼭 한번 가 봐야 할 아름다운 ‘마법의 성’이라 하겠다. 중세 유럽 귀족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허스트 캐슬로 안내한다.
■ 관광코스
워낙 규모가 거대하다 보니 관광코스도 5가지의 투어(Tour)로 나뉜다.
‘투어 1’은 고대 로마식 수영장인 넵튠풀(Neptune Pool)과 식당인 리펙토리(Refectory), 회의실, 당구장, 초호화 극장, 손님 전용 게스트 하우스인 카사 델 솔(Casa del Sol), 테니스 코트, 실내 수영장등을 둘러보는 것이다.
‘투어 2’는 좀 더 거주 지역 중심으로 꾸며지는데, 넵튠 풀과 침실, 서재, 주방, 응접실, 테니스 코트, 실내 수영장 등을 관람할 수 있으며, ‘투어 3’은 게스트 하우스인 카사 델 몬테(Casa del Monte)와 넵튠 풀, 대리석, 목욕실, 응접실, 테니스 코트, 실내 수영장 등을 둘러본다.
그리고 ‘투어 4’는 와인 매니아들이 선택할 만한데, 넵튠 풀과 함께 와인 저장실, 건축 설계실, 게스트 하우스인 카사 델 마(Casa Del Mar), 테니스 코트, 실내 수영장 등을 방문한다. 마지막으로 ‘이브닝 투어’인 ‘투어 5’는 투어 1,2, 4의 하이라이트를 합쳐 놓은 관광코스로 10월~12월만 진행한다.
모든 투어는 비지터 센터 (Visitor Center)에서 셔틀을 타고 캐슬로 올라가면서 시작된다.
전문 안내자가 인솔하며 투어 중간 중간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투어 당 2시간 정도 소요되고, 투어 후에는 비지터 센터에 있는 극장에서 허스트 캐슬 관련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비지터 센터는 영화관뿐 아니라 박물관, 기념품점, 카페 테리아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은데, 그룹 방문은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
■ 카사 그랑데
허스트 캐슬의 중심은 카사 그랑데(Casa Grande)라 불리는 으리으리한 건물이다. 이 건물에는 ‘리펙토리’라고 불리는 대식당과 회의실, 서재, 응접실, 주방, 50개 좌석의 극장, 당구장, 거실과 침실들이 있으며 뒤쪽에 테니스 코트, 그리고 파란색 벽돌로 장식 된 호화스러운 실내 수영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카사그랑데 전면에는 각종 조각품과 계단으로 연결된 손님 숙박용 게스트하우스인 카사 델 솔, 카사 델 몬테, 카사 델 마가 있으며 북쪽으로 광대한 야외 연회장이 있으며, 서쪽 측면에 고대 로마 성전 같은 자태를 뽐내는 넵튠 풀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허스트 캐슬에는 웬만한 박물관에 준하는 진귀한 골동품과 미술품이 많은데, 모두 유럽에서 수집해 온 것으로 중세 귀족의 캐슬의 화려함과 고풍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30여년 걸쳐 완공, 당대 명사들 출입
■허스트 캐슬의 역사
1919년 착공된 후 28년이 지난 1947년 완공된 허스트 캐슬은 출판왕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저택이다.
윌리엄은 연방 상원의원이자 광산업자로 많을 부를 축적한 조지 허스트의 독자로, 신문 사업은 물론 출판계의 황제가 된 인물이다. 허스트의 아버지 조지 허스트는 은광을 발견하여 많은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축적된 재산으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샌 시메온 만의 경치가 내려다보이는 수천 에이커에 달하는 피에블라 블랑카 목장을 구입했다.
윌리엄 허스트는 그가 열 살이 되었을 때 어머니와 함께 1년 반에 걸친 유럽 여행을 다녔는데, 이때부터 미술과 건축물에 호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문 사업에서 성공한데 이어 출판계의 황제가 되었고, 이후 영화 제작과 정치에서도 성공한 윌리엄은 1919년 아버지가 구입한 언덕 위에 중세 왕족이 살았을 법 한 자신만의 성을 건축하겠다는 꿈을 현실로 옮기기 시작한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던 저명한 건축가 줄리아 모간이 설계와 시공을 맡아 창조적인 열정으로 건축을 진행했다. 137에이커에 달하는 택지에 146개의 방을 가진 중세기 스페인 양식을 갖춘 이 건축물은 유럽 각지에서 수집해 온 골동품과 미술품으로 꾸며졌다. 줄리아 모간은 이 예술품들과 조화를 이루는 주거시설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며, 건축은 오랜 세월에 걸쳐 계속되었다.
결국 착공 후 28년 후인 1947년께 건물자체는 대강 현재의 모양으로 완성을 보았으나 부분적인 부속건물과 내부 장식은 허스트가 88세를 일기로 사망한 1951년까지도 완성되지 못했다.
허스트 캐슬은 완공 당시 그 화려함과 온갖 이국적인 면모들로 유명세를 탔다. 찰리 채플린과 클라크 케이블, 프랭크 루즈벨트 대통령,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 등 수많은 인사들이 방문했으며,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 함께 자리했던 부속 동물원은 북극곰이 있던 사설 동물원으로 한 때 세계 최고 규모를 자랑했다.
초기에는 일반인들에게 노출을 꺼려, 관광객들은 1번 태평양해안고속도로 근처에 설치된 망원경에 동전을 넣고 그의 성을 구경했단다.
1958년 유족들은 허스트 캐슬을 둘러싼 언덕 주변은 물론 샌 시메온 해안 일대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16만에이커에 달하는 광대한 땅을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기증했는데 아직도 기증되지 않은 많은 땅이 허스트가 소유로 남아있다고 한다. 주 정부는 이 저택을 사적지로 지정하고, 현재 입장료 수입으로 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장소 곳곳마다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웅장하고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는데, 예를 들어 대식당인 리펙토리 천장에는 400년 전 이탈리아 궁전에서 분해하여 미국까지 운반해 온 뒤 다시 조립한 나무 구조물이 달려있다니, 건물 곳곳의 작은 장식들에 들어간 정성과 가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실감하게 된다.
■ 진귀한 골동품들
리팩토리 천장 이외에도 허스트 캐슬에는 웬만한 박물관 뺨칠 만큼 진귀한 골동품과 미술품 이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일단 대식당인 리펠토리 안에 있는 긴 식탁과 의자들은 유럽의 옛 수도원에서 공수해 온 것이다. 그 위에 올려진 각종 은제 기구와 장식물들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및 스페인 등지에서 수집해온 것으로 중세 귀족 식탁의 고급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벽에 이중으로 걸려 있는 비단 깃발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돌연 중세기의 유럽성곽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허스트 캐슬이 소장하는 그림만 해도 수백점이 넘는다. 대부분이 성화와 초상화류로, 당구장의 벽에 걸린 수렵 그림이 새겨진 벽걸이의 경우 1928년 구입 당시 1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또한 허스트가 사용하던 방에는 그의 초상화가 걸려있는데 이를 비춰주는 등은 17세기 골동품으로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또한 실내 수영장에 사용한 신비스러운 푸른색의 타일은 베니스에서 직접 수입한 것으로 이 공사를 하기위해 역시 베니스에서 전문 직공들을 직접 초빙해 공사를 시켰다고 하니 그 천문학적인 가치에 또다시 혀를 두르게 된다.
바다코끼리 관람
■ 인근 가볼 만한 곳
LA에서 약 4~5시간이 소요되므로 여유 있는 관람을 원한다면 1박2일의 여정이 알맞다.
허스트 캐슬로 들어가는 지역 입구에는 바다코끼리를 관람할 수 있는 ‘피에드라스 블랑카’(Piedras Blancas)가 있으며 가까운 인근에 ‘문스톤 비치’(Moonstone Beach)와 ‘캠브리아’(Cambria)가 있어 방문 시에 같이 들러보면 좋다. 또한 북쪽으로 자리 잡고 있는 빅 서(Big Sur)와 카멜(Carmel), 몬테레이(Monterey), 샌타크루즈(Santa Cruz) 등의 명소도 있다.
와인 매니아라면 허스트 캐슬 방문을 마친 뒤 파소 로블스의 와이너리를 들려보는 것을 권한다. 나파 밸리의 북적이는 와인 재배지와는 달리 아름다운 도로와 절경의 해변을 따라 그림 같이 펼쳐져 있는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것이다.
“투어종류·오픈시간 확인을”
■ 방문자를 위한 팁
▲비지터센터 시간: 겨울철에는 8시 20분~오후 3시 20분, 여름철에는 오전 8시~오후 5시(이브닝 투어는 그날그날의 선셋 시간에 따라 다르다), 뉴 이어스 데이와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에는 문을 닫는다.
▲예약센터 시간: 10월~2월 월요일~금요일 오전 9~오후 5시, 토요일~일요일 오전 9~오후 3시. 3월~9월: 월~금요일 오전 8~오후 6시, 토요일~일요일 오전 8~오후 6시(매달 첫 번째 주는 오후 6시까지)
▲입장료: 성인 24달러(이브닝 투어 30달러), 6~17세 12달러(이브닝 투어 15달러), 6세 이하 무료
▲주소와 전화번호: 750 Hearst Castle Road, San Simeon, CA 93452-9740, (800) 444-4445, (805) 927-2020
▲찾아가는 길: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북쪽 방면으로 향하다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서 내린 뒤 캘리포니아 하이웨이 1번을 타고 39마일정도 더 북향한다.
▲자세한 정보: hearstcastle.org
1919년 착공된 후 28년이 지난 1947년 완공된 허스트 캐슬은 출판왕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저택으로 중세 유럽 캐슬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실내 수영장에 사용한 신비스러운 푸른색의 타일은 베니스에서 직접 수입한 것으로 이 공사를 하기 위해 역시 베니스에서 전문 직공들을 초빙해 공사를 시켰다고 한다.
<홍지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