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또 다른 스승

2010-10-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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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오니 나무가 너무 많다. 내가 틈만 나면 나무를 찾아 가는 것은 즐비하게 들어선 나의 스승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스승을 만나 스승에게서 배울 것을 미리 생각하고, 배우고 난 뒤에 머리에 정돈하여 내 생의 여정에 큰 지혜와 좌우명으로 삼고자 틈만 나면 나무를 찾는 버릇이 생겼다.

나무에게는 우리 인간들에게 상식 이상의 가르침이 담겨져 있다. 첫째로 내일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봄과 여름철에는 바쁘게 자신의 성장을 준비하면서 겉을 채우고 가꾸는 외적 성장을 하지만, 가을과 겨울철인 비성장기에는 속을 채워 내실을 기하는 내적 성장을 준비하는 점이 우리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둘째로 겸손함을 가르치고 있다. 나무는 많은 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조금도 자만하지 않는다.


셋째로 불평을 모르는 습성을 배우라고 한다. 뿌리가 놓인 자리가 언덕이든 바위틈이든 또는 산마루거나 골짝이거나 자신의 터전을 불평하지 않는다. 바람이 놀러와 흔들어 대도, 짐승과 새들이 자리를 빌려 터전을 마련해도 세입자들에게 언제나 너그럽다.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남에게 즐거움을 주기 좋아하는 행복감에 젖어있다.

넷째로 남에게 위안을 준다. 나무는 인간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그들의 수고를 게으르지 않는다. 자기를 희생해 가며 각종 목재와 땔감, 먹거리를 제공해 준다. 잘려지고 깎여지는 아픔이 있어도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이 같은 희생은 인간들이 본받고도 남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효용성에는 참된 자기희생의 삶과 세상을 다 이해하는 지혜와 도량이 들어 있는 것이다. 내가 나무를 생각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또 다른 스승은 내년을 준비하느라 조용히, 그러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넷째로 남에게 위안을 주는 습성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봉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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