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앤 정 의사 이스트 OAK 살며 사회봉사
최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리 신문의 1면 톱(9월20일자)을 장식한 한인 소아과 의사 조앤 정(한국이름 정지은·39)씨를 그녀가 근무하는 아시안핼스서비스(AHS) 산하 프랭크 캥 메디컬 센터에서 만났다.
정씨는 가녀린 체구에 조용조용한 말투, 웃음기 머문 순한 얼굴에는 강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해 보였다.
이런 모습의 그가 어떻게 강력 범죄가 난무하는 이스트 오클랜드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사회봉사에 헌신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누군가는 굶주리고 고통 받고 있는 데 어떤 이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나 권리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그 당연한 권리를 말입니다.”
정씨는 하루에도 몇 건씩 중범죄가 일어나고 일주일에 몇 번씩 총기 사고가 난무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주민의 25%는 절대 빈곤층에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해외태생이나 난민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처음 이곳에 이사와 ‘뉴호프 커버넌트 교회(New Hope Covenant Church)’에 다니는 사람들과 함께 주민들이 거주하는 낡고 비위생적인 아파트의 소유주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데 참여하게 됐어요. 승소해서 100달러를 받아, 거주자들에게 나눠줬어요. 이를 계기로 인연을 맺기 시작했죠".
그는 그 이후부터 주민들과 연계해 마역 퇴치와 갱을 몰아내기 위해 시민단체를 조직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서서히 주민들은 그를 지역의 일원으로 받아들였고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정씨는 또한 청소년들이 범죄에 휘말리지 않도록 튜터링과 멘토링 등을 지원하면서 이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소아과 의사고, 남편인 러셀 정(47)씨는 UC샌프란시스코 의대 교수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수도 있지만 굳이 이곳을 택한 이유는 이들과 함께 희망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다른 지역에 살면서 여기서 봉사를 하는 것만으로는 이들의 삶에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인생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씨도 6살짜리 아들 매튜의 이야기에는 잠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교육 환경이 물론 좋지는 않지만 아들이 이곳에서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는 인간으로 자라길 바랍니다. 타인을 도우면서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 그게 제가 바라는 아들의 모습입니다.”
정씨는 이곳에 살면서 두 차례나 총알이 창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날아들어 오고 집 앞에서 10대 소년이 총에 맞아 숨지는 장면을 보는 경험을 했다.
“총소리와 범죄는 이곳에선 낮선 풍경이 아닙니다. 아는 주민이 총에 맞아 다치고 죽고, 교도소에 들어가고 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납니다. 지켜 주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들고요. 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역 사회가 바뀌고 범죄가 점점 사라질 때 느끼는 행복과 보람 때문입니다.”
<김판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