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로 사랑하라’는 말의 의미

2010-10-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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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길고 지루했다. 그러나 자연의 순리는 어김없이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돌아왔다. 새벽녘의 서늘한 공기와 밤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며 초가을을 느끼게 한다. 여름이 어수선한 개방의 시기라면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의 시간은 상념의 시기인 것 같다.
또한 어김이 없는 계절의 순리에 고개가 숙여진다. 여름의 울창한 푸른빛이 빛을 바래가는 계절의 변화 앞에 마음이 소연(蕭然)해진다.
가을은 인생과 모든 만물을 우러러 보는 계절이다. 눈부시도록 청명한 가을하늘을 향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싶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대자연은 어김없이 이 땅에 풍성한 수확을 안겨주고 조용히 흙빛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따라서 가을은 모든 것이 소멸하는 계절이 아닌 결실을 맺는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
점점 깊어져가는 가을 속에서 지난 세월을 반추(反芻)하며 인생이란 결국 혼자 가는 쓸쓸한 길이 아닌가 생각 한다. 태어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이별은 우리들 삶의 일상이자 본질이다. 자연의 꽃도 그냥 피는 꽃이 없다고 한다. 길가의 꽃 한 포기도 아무 의미 없이 피는 꽃이 없듯이 인간도 그냥 태어나는 인생은 없다.
인생의 기쁨과 역경도 삶의 진리이며 자연의 순리(順理)가 아닌가 생각한다.
모래알이 모여 해변이 되고 사막이 되듯이 작은 세포가 한 몸을 이루듯 사소하게 미미한 것도 위대하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지니라’라는 성경 말씀처럼 인간, 동물, 초목 등 모든 유기물은 종국에는 흙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인간은 한 잎 가을낙엽 속에서도 자기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자연은 신이 쓴 위대한 책이란 말이 있다. 나무는 산소를 공급하고 공기 중에 먼지를 여과시켜 공기를 정화시켜 준다.
가을은 문화의 계절이고 또한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에 찾아가는 음악회, 미술 전시회, 좋은 영화 감상도 정신건강에 좋은 활력소가 된다. 근래에 나는 나이를 많이 의식하곤 한다. 그러나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다’라는 생각에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음을 느낀다. 그래서 이번 9월 신학기부터 신학교에서 매주 ‘문학개론’을 배우고 있다. 늘 어줍은 글을 쓰면서 문학의 본질을 알고 싶었다. 배움의 길은 소망이요, 자기 창작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과 공부하니 힘은 들지만 마음은 젊어지는 만학의 기쁨을 누린다. 인간은 세월과 함께 누구나 배워가는 게 있다. 이 세상에는 무한히 기쁘고 슬픈 일도 많지만 가장 풀 길 없는 신비는 생명이 태어나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우주(宇宙)의 중심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내가 있음으로 비로소 세계가 있는 것,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랑은 모든 것의 완성이다. 작고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추슬러 세우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 정답이다.
서서히 깊어가는 가을, 가장 소중한 가족은 물론 가까운 이웃부터 사랑을 나누자. 사랑을 주고받을 때 우리의 마음은 청명한 가을 하늘처럼 투명해지고 맑아지리라.

채수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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