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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탁월한 코칭 리더가 되라 (50)포용력”

2010-10-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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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앞에 설 때 마다 언제나 느끼는 감동이 있다. 한없이 너그러운 포용력이다. 자연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포용력을 가지고 지금도 지구 안의 생태계를 살려 내고 있다. 바다를 보라. 인간이 쉬지 않고 쏟아 내는 쓰레기를 내다 버려도 언제나 너그럽다. 무엇이든 다 포용하고 깨끗이 정화한다. 또 대지는 어떤가. 인간이 끊임없이 내다 파묻는 폐기물에 대하여 한 번의 불평도 없다. 언제나 수용하고 정화한다. 생명이 넘치는 흙으로 되돌려 놓는다. 사람도 자연과 같다. 너그러운 포용력을 지닌 사람에게서 뜨거운 감동이 나온다.

아시시(Assisi)의 성자 프란시스(Francis)가 세운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장기(長期)금식훈련은 엄한 규율 중 하나다. 한 번은 4주간 금식을 선포하고 프란시스와 제자들이 마을 전도를 나섰다. 마침 그 때 죽을 파는 노점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오랜 금식으로 허기가 진 한 제자가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죽을 보더니 “나 죽어요! 나 죽어요!” 소리치면서 단숨에 달려가 죽 한 그릇을 정신없이 퍼먹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스승이 바라보는 눈앞에서 수도회의 큰 규율을 어기다니... 너는 이제 끝장이다. 파문을 면할 수 없을 게야!” 라고 경멸하면서 스승 프란시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편 죽을 퍼먹은 제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바로 그 때였다. 프란시스가 죽 파는 노점으로 달려가더니 “나도 배가 고파서 못 견디겠다!”라고 하면서 죽을 퍼먹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도 많이 배고프지? 어서 와라. 우리 함께 먹자. 이번 금식은 오늘로 끝이다.” 이것이 바로 포용의 리더십이다. 프란시스의 의외의 관용 안에는 연약한 한 제자의 실수를 사랑으로 감싸 안고 포용하려는 의도뿐 만 아니라 공동체의 단결과 화목을 깨트리지 않으려는 사려 깊은 생각이 담겨 있었다. 리더는 이래야 한다. 예수님과 프란시스처럼 약한 자, 소외 된
자를 포용하면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리더의 자격이 있다.


엄한 규율의 잣대를 가지고 팔로어(follower)를 다스리고 징계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수한 사람을 넓은 사랑으로 포용하여 살려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일체감을 세우는 일은 탁월한 리더가 아니면 이루기 쉽지 않다. 이 일이 있는 후 프란시스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강론했다. “우리가 먹을 것 앞에서 영혼과 육체를 해치는 지나친 탐욕을 경계해야 하는 것처럼, 율법에 얽매인 과도한 절제는 더욱 더 경계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주님은 형식적인 제사보다는 자비가 담긴 제사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화이자의 제프 킨들러 회장은 포용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침에 출근할 때 마다 항상 왼쪽 주머니에 동전 10개를 넣고 나온다. 한 명의 직원과 대화 하면서 그의 어려움이나 문제를 들어 주면서 충분히 이해하고 포용했다고 생각되면 동전 하나를 오른 쪽 주머니로 옮겨 놓는다. 이렇게 해서 하루 동안에 10명의 직원과 만나 그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생활을 실천에 옮긴다고 한다. 과연 탁월한 리더답다. 예수님의 포용력을 보았는가. 예수님은 사회 통념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사마리아 여인,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비롯해서 부당한 방법으로 축재한 세리 삭개오에 이르기 까지 무차별 포용해 주셨다. 특히 십자가 사건 때 스승을 배반하고 멀리 도망갔던 비겁한 제자 베드로를 갈릴리 호수에서 다시 만났을 때 예수님이 보여 주신 감동적 포용력은 베드로의 인격회복과 신앙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땅이 지니고 있는 포용의 신비를 굳게 믿었던 기무라 아키노리는 자연 농법 하나만 가지고 썩지 않는 사과재배에 성공한 후 이렇게 말했다. “자연은 포용을 통해서 균형을 이룬다. 산속에 들어가 보라. 그곳에 비료를 주는 농부도 없고, 김매는 손길도 없다. 낙엽이나 말라 죽은 나뭇가지가 땅 속에 포용되어 스스로 옥토를 만들고,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 탁월한 리더를 꿈꾸는가. 무엇보다 먼저 포용의 사람이 되라. 치열한 라이벌이었던 윌리엄 슈어드, 에드윈 스탠턴,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하여 친구로 만들었던 아브라함 링컨의 포용 리더십을 기억하라. 하나님, 우리 민족이 너무 분열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포용의 감동을 지닌 탁월한 리더가 일어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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