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 만점)
여름 동안 혼자 집을 지키는 소녀가 외부 세계와 어른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작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얘기를 마치 여름 오수처럼 나른하고 몽롱하니 아름답게 그린 우화이자 동화로 스웨덴 영화다.
이 영화로 데뷔한 프레드릭 에드펠트 감독은 소녀의 눈으로 본 몰지각하고 다소 변태적인 어른들의 모습과 타인의 친절 그리고 또래 소년과의 우정 및 두려움에 대한 승리를 차분하고 사려 깊고 때론 약간 두렵게 그렸는데 마치 하나의 전원 교향곡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특히 경탄할 만한 것은 소녀 역을 맡은 갈비씨 요정 같은 블란카 엥스트룀의 연기. 조숙하도록 민감한 연기가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절제됐는데 영화를 혼자 짊어지다시피 하고 있다. 대성할 아이다.
1981년 여름. 스웨덴의 시골에 사는 9세반짜리 조용하나 심지가 강한 소녀는 부모가 오빠를 데리고 여름 동안 아프리카로 구호활동을 떠나면서 이모와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런데 무책임한 이모가 남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소녀는 혼자서 큰 집을 지키며 여름을 보내게 된다.
“난 나를 혼자 돌볼 수 있어요”라며 이모를 떠나보낸 소녀는 이때부터 혼자 시골 이웃을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즐기고 수영을 배우고 또래 이웃 소년과 개천에서 개구리를 잡으면서 여름을 즐긴다.
그리고 이웃에 사는 약간 얄궂은 아저씨가 가장인 집의 뚱뚱한 딸과 이 딸의 조숙한 여자 친구와 함께 동네 어른들을 속여 용돈을 마련하는가 하면 집에서는 혼자서 해부 책을 들여다보면서 여자의 생식기관을 공부하고 술도 마셔 보면서 온갖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경험 하나 하나를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면서 소녀는 성숙하고 굼벵이에서 나비로 탈바꿈한다.
마지막에는 하늘에서 일종의 낯선 기사까지 내려오는데 철두철미하게 동화의 성질과 형태를 갖췄으면서도 보기 드물게 완숙되고 심오한 내용이다. 여름 태양의 촉감이 느껴지는 황홀한 촬영과 아름다운 시골 경치 그리고 통찰력 있는 각본 등 모든 것이 훌륭한 영화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엥스트룀의 파리하도록 강단이 있는 심오한 연기다.
선셋 5(310-478-3836).
소녀는 여름을 홀로 보내며 부쩍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