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심장에 바람을 넣어주는 주유소

2010-09-2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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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파운드 수치를 유지해야 하는 차바퀴가
납작하게 눌러져서
바람을 채우러 주유소에 갔다

앞바퀴 왼쪽 수치 23 파운드
오른쪽 앞바퀴 수치 20 파운드
프리웨이를 조금만 더 뛰었어도
수치가 각각 다르게 짓눌린 앞바퀴는 터질 위험이 커서
차는 어쩌면 퉁겨나가
나는 어둠 속에 동댕이쳐져
아무도 모르게 지구 밖으로 떨어질 뻔했다는데
아찔한 현기증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는 순간
문득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느껴졌다
통통 뛰어야 할 심장이 멎어간다고
삐쭉 치솟는 생각에
사방 두리번거리며
심장에 바람을 넣어주는 주유소를 찾아보았지만
난감하게 아무 데도 없었다

주저앉으며 꺼져가는 내 심장에 불어넣을 바람 어디서 찾나
불 듯 불 듯 쉬이 불어올 것 같던 몇 번의 바람소리
보풀리다가 그냥 지나치곤 했었는데
이 가을에도 너는
서두른 적 없이 무심하게 발을 떼려 하고 있어



문금숙(1940 - )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 약해진 뼈에 칼슘을 채워주고, 꺼져가는 심장에 바람을 넣어주고, 애정이 식어가는 부부에게 사랑도 불어주는 주유소. 그리고 그 옆에는 정비 공장이 있어 낡아서 기능을 잘 못하는 폐나 간 같은 것들은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난감하게도 그런 곳이 없다. 타이어 바람이 새어나가 동댕이쳐지는 차가 되지 않도록, 남아 있는 기능이라도 잘 점검하고 사용하는 수밖에 없겠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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