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자 돌보기

2010-09-2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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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손자들이 캠핑 학교에 다녔다. 아침 출근하는 제 부모들이 태워다 주면, 픽업하는 것은 할머니, 할아버지 몫이다. 12시반에 작은 녀석을 집에 데려다 놓고, 다시 3시 반엔 큰 녀석 차례다. 이러고 나서 애들 목욕시키고, 저녁먹이면 하루 우리 일과가 끝나는 셈이지만 또 아이들 퇴근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집에 가면 팍 퍼지고 만다.

하루는 세탁소를 하는 동네 한인 아주머니와 손자들 키우는 말이 오고 갔다. “나 몰라라 하는 할머니들이 많다는데, 손자들 보살피느라 얼마나 고생하느냐며?” 위로의 말을 나의 아내에게 해주었던 것이다.

“너 크면, 할머니 잊어버릴 거지?”하고 손자 녀석에게 물었더니 “아니야!
내 가슴에 영원히 묻을 거야!”라며 이제 막 7살 난 녀석이 가슴을 치며 대답하더란 말을 들은 세탁소 아주머니와 방학기간에 부모를 돕고 있는 약대생 큰 딸은 주르르 눈물을 보이더라는데…. 어느 날 부모와의 약속하고는 전혀 딴 판으로 갈색 머리를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온 아들 녀석의 업적이 있었기에 ‘네까짓 외손자가 뭘 알겠냐’ 싶어 장난삼아 물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가슴에 묻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삼켰다는 집 사람의 말이다.


부정 탈까 봐 무엇이라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늘 가슴앓이를 하면서 조심히 작은 손자 녀석에게 오늘도 다가가야 한다. 불면 꺼질까, 만지면 터질까… 이렇게 조심스러울 수가 더 없다.


정문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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