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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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칼럼 “탁월한 코칭 리더가 되라(48)고독의 유익”

2010-09-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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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매일 바쁘고 분주하다. 지금 이 세상은 모든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바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현대인은 멈출 줄 모르고, 혼자 있지 못하고, 느리게 사는 법을 도무지 모른다. 그들의 모습은 매일 똑같은 자리에서 숨 가쁘게 채 바퀴를 돌리는 다람쥐와 같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다문화 영향권 아래 있는 현대인은 홀로 묵상의 시간을 갖는 것보다 분주하게 떠드는 군중 속에 휩쓸려 살아야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현대인은 목적의식 없는 군중에 휩쓸려 자신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아무 감각 없이 떠내려가고 있다. 곧 정체성의 위기다.

정체성의 위기를 만난 현대인의 모습은 아프리카의 스프링복(springbok)을 닮았다. 스프링복은 어처구니없이 미련하게 죽는다. 이것들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다가 풀이 조금 적어지면 불안한 군중심리에 사로잡힌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먼저 앞에 있는 풀을 차지하려고 앞서 나가면서 무모한 경쟁 심리를 자극한다. 그때 함께 있던 거대한 무리가 연쇄자극을 받고 흥분되어 너도 나도 그 경쟁에 뛰어든다. 그리고 정신없이 내 달린다. 달리다가 절벽을 만나면 그 자리에 멈추어 서야 하는데 그 때는 이미 늦었다. 뒤에서 벌떼처럼 쫓아오는 동료들이 밀어붙이는 힘 때문에 절벽으로 떠밀려서 다 몰사하고 마는 것이다.

멈춤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꼭 스프링복을 닮았다.
스프링복 같은 무모한 삶에서 탈피하는 길이 무엇인가. 소란하고 분주한 직선(直線)의 삶에서 내려와 창조적 고독의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고독의 그 시간이 기도의 시간이어도 좋고, 성경 읽기의 시간이어도 좋다. 또 독서의 시간이어도 좋고, 아니면 그냥 홀로 걷는 산책의 시간이어도 무방하다. 아무튼 바쁘게 달려가던 길에서 잠간 멈추어 서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진
정한 의미를 추구하는 새 사람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안토니 스토르는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영적, 정서적으로 충분히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레프 톨스토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은 멈춤(retreat)과 침묵(silence)과 고요함(solitude) 속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괴테는 "아름다움을 구하는 영혼이여 때때로 홀로 숲속을 걸을 지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 톨스토이의 말대로 예나 지금이나 탁월함을 꿈꾸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의 소란과 혼란과 복잡함을 피하여 조용한 곳을 찾아 창조적 고독을 즐겼다. 우선 예수님이 그랬다. 예수님을 보라. 예수님은 거대한 군중의 무리가 따를 때마다 헛된 명성을 벗어버리기 위해 그들을 떠나 홀로 산속으로 들어 가셨다. 포도농부는 포도주를 빚기 위해 열매를 병에 담아 깊은 동굴 속에 옮겨놓고 오랫동안 숙성시킨다. 시인은 시를 짓기 위해 책상 설합 안에 원고를 던져놓고 오래 동안 고독 속에 침잠하며 그것을 묵힌다. 모세, 다윗, 바울과 같은 위대한 인물을 보라. 그리고 “천로역정”과 “그리스도를 본받아”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보라. 그것들은 모두가 오랜 고독을 통하여 생성되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 문명 속에서 탁월한 인재나 명작이 나온 예는 하나도 없다. 조용한 고독, 침묵, 단순, 절제의 삶이 있는 곳에서 인물은 자라고 창의력은 발휘되는 것이다. 탁월함을 꿈꾸는가. 4세기에 기독교의 영성이 메말라 갈 때 거친 사막으로 나갔던 성 안토니(St. Antony)같은 사막의 교부처럼 용기 있게 한적하고 외딴 곳으로 나가라. 그곳에서 말씀을 묵상하라. 하나님과 독대하라. 자연과 벗을 삼아 조용히 산책하며 기도하며 창조적 고독을 누려라.

고독은 두 가지다. 자발적 고독과 타의적 고독이 있다. 자발적 고독은 도피행이나 폐쇄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나님이 나를 가르치시고 말씀하시도록 나를 개방하고 비우는 삶의 능동태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새가 잠간 웅크리듯이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웅크리는 영적 재충전의 시간이다. 토마스 머튼은 고독의 유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별이 비치는 밤에 호올로 있을 때, 가을에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쉬러 곱향나무 작은 숲으로 내려앉는 것을 우연히 볼 때, 고요한 연못, 개구리 한 마리가 텀벙- 소리를 내며 연못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 이럴 때에 깨우침, 새로움, 비움, 그리고 순수한 자기 정념의 의미가 자신을 깨우쳐 줍니다.” 세상의 헛된 것들이 우리는 끊임없이 유혹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 그건 전적으로 당신이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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