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흔살 넘었지만 공부 재밌어”영어 배우는 93세 조앤 김 할머니

2010-09-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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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않는 노년 향학열
산체스 연방의원도 감탄
“삶의 자세 본받고 싶다”


“비포 앤 애프터. 익스큐즈 미”

가든그로브 선상 ‘AR 플라자’ 2층의 한 영어 교실에서 한 한인 노인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헌팅턴비치에 거주하는 90대 한인 할머니가 향학의 불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올해 93세인 조앤 김씨. 김씨는 현재 가든그로브 소재 ‘OC사람닷컴’(OCSaram.com)이 운영하는 영어 강좌 클래스에서 늦깎이 공부를 하고 있다.

조앤 김씨는 “그동안 혼자서 영어공부를 해왔는데 이번 클래스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싶어 왔다”며 “알면 알수록 하고 싶은 것이 공부다. 죽을 때까지도 공부를 하고 싶다”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김씨는 “그동안 어덜트 스쿨을 다니고 싶었다”며 “영어를 배우는 것이 이렇게도 재미있는 줄 몰랐다. 하루하루가 즐겁다”라고 말했다.

40여년 전 남가주로 이민을 와 1남1녀를 키워왔다는 김씨는 1917년 평북 정주 출생이라고 한다. 김씨의 딸인 진 김씨는 “어머니가 그동안 가정주부로서 우리 자녀들을 키워 오셨는데 이렇게 늦게나마 향학의 불을 지피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라며 “어머니가 우리에게 귀감이 되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교실을 찾은 로레타 산체스 연방하원의원(47지구)은 김씨를 얼싸 안으며 못 믿겠다는 표정에 가득 차 있다. 산체스 의원은 “‘이것이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놀랍다”며 “93세 노인이 영어를 배우고 싶어 열심히 배우겠다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의 동료 의원들에게 김씨 할머니에 대해 자랑할 것이다. 오늘 내가 이 분으로부터 삶에 대해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멕시코 이민자 2세이자 7남매 중 한 사람이라고 밝힌 산체스 의원은 김씨 및 20여명의 학생들을 격려하며 “나의 어머니도 44세에 대학에 들어갔다. 제 어머니는 대학 공부 시작 때 여러분처럼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다. 그리고서는 영어 정복은 물론 17년이나 미국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성사하셨다”라며 “우리 어머니도 할 수 있다면 여러분도 분명히 하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산체스 의원은 아울러 “우리 이민자들을 위해 영어, 시민권, 대학교육 등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며 격려 메시지를 마쳤다.

<이종휘 기자>


로레타 산체스 의원(오른쪽)이 조앤 김씨를 안으며 격려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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