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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 캘리포니아 땅끝에 펼쳐진 천국

2010-09-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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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휴양지 ‘로스 카보스’

‘끝’은 마지막 점을 뜻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은 그 끝의 뒤에 있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새로운 세상, 아니면 또다른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에서 탐험과 도전의 역사를 이어왔는지 모른다. 신대륙을 만들던 신의 장난기가 발동한 듯 태평안 연안으로 길게 빠져 나온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Baja California)의 끝 ‘로스 카보스’(Los Cabos). 데킬라 향 가득한 마가리타 한 잔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흠뻑 빠져보자.

■ 로스 카보스는


LA에서 약 1,000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비행기로는 2시간 정도 걸린다. 호화롭거나 칸쿤처럼 여기저기 볼 만한 곳이 널려 있지는 않지만, 여유로운 휴가를 보내며 쉬기에는 적격이다.

일반적으로 ‘로스 카보스’라고 부르는 지역은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지는데, ‘땅 끝’(Land’s End)라는 명소가 위치한 카보 샌루카스(Cabo San Lucas)와 여기서 동쪽으로 1번 하이웨이를 따라 30여분 정도 자동차로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샌호제 델 카보(San Jose del Cabo)라는 작은 도시로 구성돼 있다면 이해하기가 쉽다.

물론 카보 샌루카스가 중심이다.

이곳에는 마리나가 있어 크고 작은 배들이 관광객과 대어를 꿈꾸는 낚시광들을 바쁘게 실어나른다. 또 시내에는 멕시칸 푸드를 시작으로 온갖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 식당들이 즐비하고, 갖가지 기념품을 판매하는 업소들이 많다.
반면 샌호제 델 카보는 다소 다른 풍경이다.

1730년에 세워진 미션을 중심으로 골목길 같은 좁은 도로 양편마다 예술작품 등을 판매하는 작은 갤러리들이 모여 있다.

이곳이 카보 샌루카스 다른 점은 한가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는 것. 무엇인지 몰라도 급한 것도 없고, 골목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걷는 것 자체가 여유롭다.

아마 이 지역이 스페인의 영향을 받아 오후 2시부터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고 2시간 정도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 랜드마크 ‘아치’

로스 카보스를 대표하는 곳은 땅끝의 바위들, 그중에서 ‘아치’(The Arch)이다.

대륙이 끝남이 아쉬웠는지 바위 몇 개가 마지막 순간까지 점을 찍었다. 그 중간에 위치한 ‘아치’는 자연의 신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고 커다란 바위들 사이로 만들어진 작은 몇 개의 비치들은 연인들을 유혹한다. 그래서 그 비치들을 ‘러브 비치’라고 부른단다. 그 주변은 물이 맑아 스노클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많이 한다.

‘땅 끝’을 중심으로 동쪽은 캘리포니아만 또는 코르테즈(Cortes)해, 서쪽은 태평양이다. 코르테즈해에 속한 마리나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나오면 볼 수 있는 아치의 커다란 구멍을 통해 보이는 바다가 태평양이다.

이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호텔에서 시내관광을 예약하면 반나절 코스로 로스 카보스를 돌아보는데, 중간에 이곳을 구경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만약 이곳만을 보고 싶다면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나와 마리나에서 탑승권을 구입하면 된다. 마리나에서 20~30분 정도 떨어진 곳의 호텔이라면 30달러 정도를 택시비로 내야 한다.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 낚시 천국

코르테즈해의 난류와 태평양의 한류가 만나는 곳이어서 그런지 어족이 풍부하다. 참치와 마히마히 등 고급 어종들이 많이 잡힌다.

마리나에서 서성이면 배 주인들이 다가와 흥정을 한다. 4시간 정도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는데 장비 등을 모두 포함해 150달러를 부른다. 하지만 태평양 쪽은 파도가 높다. 배멀미가 심하다면 피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배에 있다 보면 낚시는 고사하고, 정신만 하얗게 잃을 수 있다.
배멀미가 심해 배를 타기가 겁난다면 차라리 호텔 앞 해변에서 낚시를 하는 것이 훨씬 좋다. 어른 팔뚝 만한 고기들을 잡는 손맛이 제법이다.

■ 골프장도 수준급

로스 카보스에는 골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수준급의 골프장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바다 쪽으로 만들어진 골프장은 스코어를 떠나 페어웨이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대부분 호텔들과 연결돼 있어 미리 예약하면 쉽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급적 여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골프광’이라도 기온과 습도가 높아 특히 낮시간대에 18홀을 돌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 여행시 주의점

1. 공항에서

멕시코 관광지 공항마다 공통적으로 여행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 현지 여행사 직원들. 세관을 통과하면 가슴에 신분증을 단 현지인들이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는다. 공항 직원처럼 보이는 이들은 패키지 상품이나 호텔 체인들의 타임 셰어(Time Share)를 파는 사람들인데, 이런 풍경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객들은 순간 당황하기 쉽고, 이들에게 한 번 붙잡히면 20~30분을 시달려야 한다.

로스 카보스의 관문인 로스 카보스 국제공항도 마찬가지인데, 미리 사전에 픽업 서비스를 예약했다면 이들의 접근을 무시하고, 무조건 만나기로 약속한 지점까지 직진해야 한다.

2. 비치에서

바하 캘리포니아의 끝은 동서로 아름다운 비치가 끝없이 펼쳐 있다. 해가 질 무렵 비치를 걸으면 한 여름에도 기온과 습도가 조금 내려가면서 제법 쾌적하다. 유료지만 말을 타고 해변을 달릴 수도 있다.

문제는 보기에는 아름다운 바다가 실상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 물 밑에서 일종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로스 카보스 해변에서의 수영은 허가된 곳에서 해야 한다. 유명 호텔들이 위치한 비치도 수영이 금지된 곳이 많다.


<황성락 기자>


로스 카보스는 하얀 비치가 끝없이 펼쳐진다. 하지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물속 소용돌이 현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만든 로스 카보스의 랜드마크 ‘아치’. 마리나에서 배를 타고 10여분이면 도착한다. 주변은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매니아들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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