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내반, 한자반을 들어보셨나요?

2010-08-3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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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연성 워싱턴 통합한국학교 교사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는 일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역사의 자취를 돌아봄으로써 앞으로의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같이 워싱턴 통합한국학교는 한해를 거듭할수록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아 개교 40년이란 열매를 맺었다. 보다 나은 미래의 주인공을 길러내기 위한 여러 교사들의 수고와 노력에 힘입어 국내반 8학급과 미주반 10학급이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주재원 및 단기 체류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국내반은 한국의 교과 과정을 현지의 실정에 맞게 그러나 한국의 진도를 따라 수업하는 이 지역의 하나밖에 없는 학교이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있는데도 잘 알려지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가기 1년 전에 학교 등록을 하고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귀국을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초등학교 1학년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10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교사진은 한국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전직 교사와 휴직 중인 현직 교사로 구성되어 있고 한국의 교육과정을 따라 수업을 하고 있다.
1학년부터 2학년은 국어 영역(읽기, 듣기와 말하기, 쓰기)과 수학 수업이 있고,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국어영역, 수학, 사회 수업을 하며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은 국어, 논술, 수학, 사회, 한자 등의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 중등부 국어 교사인 나는 자신의 정서나 느낌을 표현하는 글들과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글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한 글들을 수업 중에 가르치며 내일의 꿈나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꾼다. 학생들은 주중의 정규 학교 공부에 못지않게 한국학교 공부에도 열의를 보이고 이 메일을 통한 숙제에도 항상 준비하고 꼼꼼히 정리하며 최선을 다한다.
2009년 2월부터 처음 시도한 한자반 수업은 부모님들의 많은 열의를 반영하고 있다. 국어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자는 고급 국어를 하기 위하여 필수조건이며 더 나아가 동양문화의 이해를 돕는 중요한 공부이다. 아울러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조상들의 유교사상이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라 미국에서 잊기 쉬운 우리 전통의 예절과 어른 공경의 바른 몸가짐을 함께 학습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자 검정에 근거한 급수별 한자들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급반과 초급반의 두 개 반에 5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8급을 기준으로 하는 초급반에서는 한자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실용적인 한자들 -숫자, 방향, 대소, 신체, 나라, 부모, 형제- 등을 다루고 있고 중급반에서는 한자의 기본이 되는 부수와 실제 생활에 쓰이는 단어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5급부터는 한자를 독해 위주가 아닌 암기해서 쓰는 단계까지 학습을 한다. 동음이어의 이해, 쉬운 사자성어, 한자의 약자와 속자를 배우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연습과정까지 포함된다. 많은 공부를 하루아침에 하려고 하는 것보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쉬지 않고 수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나무가 심은 후 수년간 싹이 나지 않다가 싹을 피운 후에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처럼 머지않아 괄목상대할 그들의 능력을 볼 수 있으리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오늘도 수업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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