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해정 (1941 - ) ‘구부러진 못’ 전문.

2010-08-1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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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와서 첨 그린
벽에 걸린 그림
툭!
떨어지면서
함께 떨어진
구부러진 못

뇌경색으로 쓰러진
남편의 손톱을 깎는다
남편의 손가락도
병들고 녹이 슨
구부러진 못이다

더 이상 펴지지 않는다


남편도 한때는
벽 속에 박혀
녹이 슬도록
지탱하고 있었겠지

커다란 그림의 무게를.

어릴 적 신혼부부의 방 벽에 못을 줄줄이 박은 판자가 단정하게 붙여 있던 것이 떠오른다. 그 못들을 박아 벽에 걸 때 신랑은 얼마나 희망에 넘쳤을까. 신부는 시퍼런 못과 같이 신랑이 믿음직스러웠을 것이다. 그 단단하고 반듯했던 못이 녹슬고 구부러진 것은 무언가를 지탱하느라 그렇게 된 것이라고 이 시는 말한다. 특히 이민자로 남의 나라에서 살아오신 노인들은 더 커다란 그림의 무게를 떠받치느라 온 삶을 바친, 고마운 못인 것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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