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대학교가 개학을 하면 학생들이 집을 떠나 학교로 가야한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나는 첫째 아이가 대학을 갈 때 흥분된 마음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서 대학 생활에 불편함이 없기를 원해 만반의 준비를 하던 중 문득 한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멀리 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혹 사고나 질병으로 당황하면 어떻게 하나 의문이 생겼다. 아마 몸에 밴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그 아이에게 응급 의약품 상자를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장에 가서 비닐 런치 박스 중 큼직한 걸 사가지고 집에 와 필요한 약품들과 응급 물품들을 넣고 표지에 빨간 글씨로 굵직하게 ‘응급 약품과 물품’이라고 붙이고 다른 학용품들과 함께 포장해 주었다.
집을 떠난 다음 엄마하고는 자질구레한 일들로 전화를 자주하지만 아빠인 나한테는 서운하지만 어디가 아플 때만 찾아서 어떤 약을 어떻게 먹느냐고 물어오곤 했다. 그 때마다 난 가슴이 뿌듯함을 느끼곤 했는데 그 후 밑의 두 아이들이 대학을 갈 때마다 똑 같이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방학 때 집에 오게 되면 의례히 그 응급 박스를 갖고 와서 빈 약품을 채워 달라고 하면 보람을 느끼곤 했는데 그 아이들이 커서 아래 두 아이들은 이미 전문의사가 됐는데도 아직도 집에 올 때면 응급박스를 가지고 와서 채워 달라기에 자식들은 성인이 돼도 여전하구나 하고 웃음을 짓곤 한다.
비상 응급 약통은 어느 집에나 꼭 필요한 필수품인데 평상시엔 언제 아플까 자만하다 사고가 나거나 아프면 그때 허겁지겁 약국으로 달려가고 응급실을 찾아 간다.
내가 우리 아이들의 응급 약통에 넣어준 것들은 늘 필요한 반창고, 진통제로 늘 사용하는 타이레놀, 아스피린 또는 애드빌, 알레르기나 감기약으로 베나드릴 또는 크레리틴과 크레리틴 디, 제산제로 텀, 마이란타, 또는 로레이드와 잰탁,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할 때 먹는 펩토비스몰, 벌레에 물리거나 풀독으로 피부가 손상할 때 바르는 하이드로 코디숀 크림, 항생제는 내가 의사이기 때문에 넣어 주지만 일반인들을 그럴 필요가 없다. 일반인들은 외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항생제 고약을 종종 사용하는데 항생제 고약의 용도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기한 의약품을 각 가정에 상비해 두면 응급 시에 편리하게 사용 될 거 같아 개학 기를 맞아 내 머리에 스쳐 간 것을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