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여성, 아직도 찬밥 신세

2010-08-12 (목) 12:00:00
크게 작게

▶ 전종준 변호사, VA

최근에 엘리나 케이건(Elena Kagan)이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아 4번째 여성 미 연방 대법관이 되었다.
미 연방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르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과 함께 이번에 임명된 케이건 대법관으로 여성 대법관이 3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젠 연방 대법원 대법관의 1/3이 여성인 셈이다. 이와 같이 미국 법조계에서의 여성의 파워는 무시 못 할 정도이다. 미 로스쿨의 입학생의 약 50%가 여성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영부인 미셸과 힐러리 국무장관도 변호사 출신인 것을 보면, 미국에서의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얼마나 활발한가를 엿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에, 한국은 어떠한가? 얼마 전 김영란 여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여성 대신 남성 대법관을 선택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의 대법관 14명 중에 여성 대법관은 전수안 대법관 단 한 사람뿐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의 경우 9명의 재판관중 여성 재판관은 한명도 없고 전원이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한국 법관의 25%가 여성이고 사시 합격자의 35%가 여자인 상황에서 최고 재판부의 여성에 대한 법관 비율은 차별적이며 불공평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여성의 고위 법조계 진출이 크게 장려 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여권의 신장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미국 여성들도 역사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았으며,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것은 1920년부터이다. 미국의 수정 헌법 제 19조의 여성 참정권 부여에 의해 남성과 같은 동등한 헌법적 근거를 가지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그때 당시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은 민주당이었으며 또한 장로교 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 수정 헌법안에 반대를 하였다. 비록 짧은 역사이지만, 오늘날 미국 내에서의 여권 신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의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미국보다 늦은 1958년도이다. “민의원, 참의원 선거법”이 통과되면서 남성과 동등한 헌법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여성에게는 이름조차 없어서 호적을 보면 ‘이씨’ 혹은 ‘김씨’로 기입되어 있어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하였다. 한국에서도 여권 신장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제 12위 경제 대국에 걸맞지 않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의원 연맹(IPU) 통계에 의하면 한국 여성의원의 비율이 전 세계 187개국 중 87위이며, 세계 경제 포럼(WEF)의 성 평등순위는 134개국 중에 115위에 불과하다.
여자는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직도 한국에서는 법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약자로 남아 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의 지위와 권한은 진보와 보수의 이슈이기 이전에 인간의 기본권에 관한 헌법적 이슈이다. 따라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장려하는 것은 반드시 진보 정당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예를 들면,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케이건 여성 대법관을 임명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법관인 샌드라 데이 오커너(Sandra Day O’Connor) 전 대법관은 보수당인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의 고위직 임명을 보수와 진보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되며, 형평과 공평의 원칙에 의거한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더 많은 여성 대법관이 탄생하여 여성의 인권과 권리의 보장에 기여할 수 있는 법치주의 기반을 조성해야겠다. 즉, 여자 무시하면 법치를 못한다는 헌법정신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