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란 동화

2010-08-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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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폐교에는
오래된 풍금소리로

아이들의
함성 같은 별들이
운동장 가득 뜹니다

풀벌레들이 짝꿍하고
몽당연필 깎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사이좋게 맑은 밤

꽃 초롱 앞세우며
별 하나가
우주 멀리 시집을 갑니다


박경호 (1945 - )


한국의 시골길을 걷다보면 심심찮게 폐교를 만납니다. 잡풀이 무성한 운동장엔 적막한 바람과 햇살만 감돕니다. 그러나 잠긴 교문 사이로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운동장에는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뛰어노는 아이들의 함성, 창 너머로 들려오는 풍금 소리 가득합니다. 풀벌레들이 짝꿍과 연필을 깎습니다. 내 안의 폐교는 영원히 문을 닫지 않습니다. 별들이 뛰어놀고 있습니다. 꽃 초롱 들고 별 하나가 멀리, 미국으로 시집가는 것도 보입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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